메타버스·백신 등 테마형 상품 대거 포함
ETF, 양적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은 의문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메타버스, 환경·사회·윤리경영(ESG), 백신 등 한때 유행했던 테마가 대거 포함됐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행을 좇아 무분별하게 출시된 상품들이 결국 자금 이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ETF는 총 10개다. 이유는 모두 '반기 말 기준 ETF 신탁원본액 및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다음 반기 말인 올해 6월 말에도 순자산이 늘지 않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ETF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ESG, 백신 등 한때 유행했던 투자 키워드가 눈에 띈다. 이를 두고 ETF 시장이 성장했지만, 유행하는 키워드를 활용해 단기적인 투자 수요를 겨냥해 상품을 남발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2년 처음 개설된 ETF 시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2020년 순자산가치총액이 52조 원이었던 ETF 시장은 2023년 120조 원을 기록하며 100조 원을 돌파했다. 2월 기준 186조 원의 규모로,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2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커지면서 상장 종목 수도 늘어났다. 2020년 468개였던 상장 종목 수는 점진적으로 성장해 2월 기준 951개를 기록하며 1000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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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TF 시장이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상품이 유행을 타면 곧바로 비슷한 상품이 등장하는 '베끼기 논란' 등이 가중되면서다. 최근 우후죽순 상장한 '양자컴퓨팅 ETF'가 대표적인 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KIWOOM 미국양자컴퓨팅'을 국내에 처음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달 7일과 11일에 걸쳐 신한, KB, 한화, 삼성액티브자산 운용이 연이어 양자컴퓨팅 테마 ETF를 출시했다.
질적 성장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운용사들은 절치부심에 나섰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신탁원본액이 감소한 소규모 ETF에 대해 상장폐지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HANARO K-메디테크' 등 3종목이 26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4개 ETF를 동시에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품 위주로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브랜딩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상장폐지되는 ETF를 보유한 투자자는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투자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다만, 시장 가격과 순자산가치의 괴리 가능성이 존재하고, ETF 내 편입 자산을 청산한 후 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 따라 실제 받는 금액은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