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상위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하는 조짐이 보이자, 중소형 자산운용업계는 물론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레버리지·인버스 ETF 수수료 인하 검토 건을 소명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려면 금감원과의 협의 및 승인이 필요하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음 달 국내 지수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수수료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대상 상품은 ‘TIGER 레버리지’와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 ‘TIGER 인버스’ 등이다. 인하 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경쟁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보수(0.64%)를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KODEX 레버리지의 100분의 1 수준인 0.0064%로 낮출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초고위험 상품인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대한 투자자 책임을 키우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해당 ETF는 기초지수 일간 수익률의 상승·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 또 ‘음의 복리 효과’가 작용해 투자자가 수익을 얻기 어려운 상품이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 내부에서 해당 ETF에 대해서는 운용사가 큰 수익을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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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수수료 인하 검토가 ETF 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과의 경쟁을 의식한 조치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시가총액은 2조 원이 넘어 약 470억 원대 수준인 TIGER 레버리지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이에 레버리지·인버스 ETF 운용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도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수수료를 번갈아 낮추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상반기 이후 잠잠했던 점유율 경쟁이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중소형사들의 불만은 커지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ETF 시장 규모가 더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 운용사끼리 공격적으로 경쟁하면서 '제 살 깎기'가 심각해지는 것 같다”며 “수수료 인하를 내걸며 ETF 순자산총액(AUM)을 늘리다 보니 상품 차별성은 뒷전이고, 중소형사는 성장할 기회조차 줄어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도 운용업계가 수수료 인하를 중심으로 ‘출혈 경쟁’이 심화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하며,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