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시, 당 안팎 ‘플랜 B’ 요구 커질 듯
“대안 주자도 결국 친명계” 관측
비명계 운신의 폭 넓히려면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중대 기로에 놓이면서 비이재명(비명·非明)계가 꿈틀대고 있다. 한편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추후 ‘플랜 B’를 준비하더라도 비명계가 운신의 폭을 넓히긴 쉽지 않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는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정치 판도를 한 차례 크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심의 피선거권 박탈형(1년 징역, 2년 집행유예)이 2심에서도 유지된다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런 상황에 조기대선까지 열린다면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동안 숨죽이던 비명계는 다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이 대표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하던 비명계가 다시 민주당과 이 대표를 향해 비판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명계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23일 자신의 SNS에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재판을 받고 법원 판단을 겸허하게 수용하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1심과 비슷하게 유죄가 선고되면 우려했던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민주당은 크게 동요칠 것”이라며 “민주당의 집권전략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플랜 B’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꺼내들었다.
비명계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가 기각된 점을 거론하며 “섣부른 탄핵이었다. 국민들이 우리 당에 주시는 힘을 제대로 절제해서 행사하지 못했다”고 민주당을 향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비명계의 행보는 이 대표 등을 견제함으로써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에 “지난 17대 대선 당시에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관련 기소 여부로 논란이 있었다. 그때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이 후보에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고려한 것”이라며, 현재 비명계들도 그와 비슷한 “밑밥을 깔고 있다”고 봤다.
다만 민주당이 실제로 ‘플랜 B’나 대안 세력을 내세우는 상황이 오더라도 ‘신3김’(김동연·김경수·김부겸)과 같은 비명계가 충분한 지분을 가져가긴 힘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심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민주당은 조기대선까지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설사 이 대표가 출마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 대안 주자론 이 대표가 지지하는 인물(친명계)이 올 것이고, 비명계에겐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플랜 B는 이른바 ‘제2의 이재명’이란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등 정책적 지향점과 미래 비전을 포괄해서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소위 ‘아웃’되면 본인에게 기회가 오겠지라는 비명계의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덧붙였다.
거꾸로 비명계가 ‘당 바깥’에서 존재감을 충분히 키운 뒤, 결정적 순간에 등장하는 전략을 구사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신 교수는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비명계 대권 잠룡들이 조국혁신당과 함께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라며 “비명계들이 당 바깥에서 다른 야당들과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특정 후보를 선출하고, 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자신이 ‘범야권 후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