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까지…싱크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 [해시태그]

입력 2025-03-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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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로 본 도시 지반의 경고

▲25일 강동구 명일동의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의 한 주유소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5일 강동구 명일동의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의 한 주유소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결국,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도심 한복판 도로가 꺼지는 대형 싱크홀(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왕복 6차선 도로 중 4차선이 무너져 내리는 대형 사고였습니다. 사방 폭은 약 20m, 18m로 인근 주유소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컸고 깊이 역시 약 20m로 추정됐는데요. 이 사고로 인근을 지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오토바이가 싱크홀에 빠졌지만, SUV 운전자는 사고 직전 통과하며 튕겨 나왔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대로 추락했죠.

싱크홀 아래에는 약 2000t의 물과 6480t가량의 토사가 뒤섞이며 실종자 수색에 난항을 겪었는데요. 17시간의 사투 끝에 결국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 씨는 심정지 상태로 수습됐습니다. 강동소방서는 25일 현장 브리핑에서 “싱크홀 중심선을 기점으로 50m 떨어진 점에서 심정지 상태의 30대 남성을 발견했다”며 “좋은 소식을 알리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소식을 전했죠.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 시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남성을 수습한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싱크홀은 땅속이 비어 있거나 약해진 상태에서 지반이 갑자기 붕괴하면서 생기는 구멍인데요. 도심 속 싱크홀은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싱크홀 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죠.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종로5가역 인근, 고려대역 일대 등에서도 도로 함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에는 승용차 한 대가 통째로 빠지며 운전자와 동승자가 중상을 입었죠. 부산 사상구에서도 깊이 24m에 이르는 싱크홀에 트럭 2대가 빠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2021년 9월에는 충남 당진시의 한 공터에서 혹과 깊이가 최소 2m 이상인 싱크홀이 발생했는데요. 주차 중이던 SUV 차량이 절반가량 빠졌습니다. 2014년 서울 서초대로에서 지하철 공사 중 도로가 꺼지며 주행 중이던 승합차가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도 있었죠. 이 두 사고는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그러나 이번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인명 피해를 동반한 싱크홀 사고라는 점에서 도시 안전 시스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런 싱크홀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957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갑)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2023년 161건인데요.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97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광주 122건, 부산 85건, 서울 81건, 전북 70건, 강원 68건, 대전 66건 등 순이었죠. 주요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446건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223건이며, 이 가운데 약 31.4%인 70건이 노후된 상·하수관의 손상으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두 자료 모두 상·하수관의 노후와 파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2024년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제공=부산소방본부)
▲2024년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제공=부산소방본부)

상수도, 하수도, 우수관(빗물) 등이 깨지거나 새면,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주변 흙을 씻어내는 ‘세굴(洗掘)’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그 지반 아래에 보이지 않는 빈 곳이 형성되고, 시간이 지나면 그 위를 지나는 차량 하중 등으로 인해 지반이 무너지며 싱크홀로 연결되는 거죠.

이런 싱크홀이 반복되는 원인으로는 3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요. 먼저 서울·수도권 등 도시의 지하관로 대부분이 30년 이상 노후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지역은 1970~1980년대에 설치된 관로가 아직도 사용 중이죠. 공사 증가로 복잡해진 지하 구조도 들 수 있는데요. 지하철, 공동구, 통신관 등 다양한 구조물이 얽히면서 지반 안정성이 저하됐죠. 지하철 공사 등으로 지반이 약화하거나 흙막이 구조물 붕괴 등으로 지반침하가 이어지고, 장마나 폭우 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빗물이 지반을 침식해 싱크홀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하시설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곳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일부 자치구는 지하시설물 도면이 없거나, 실제 설치 위치와 도면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로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토지리정보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일부 도시에서는 지하시설물 관리체계가 아직도 전산화되지 않았거나, 갱신 주기가 느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죠. 또한, 지하 공사로 복잡해진 지반 구조, 지하수 과다 사용, 폭우 시 배수 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지하관이 파손되고 물이 유출되며 흙이 유실되고 지하 공동이 형성돼 지반이 붕괴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반복으로 싱크홀이 발생하는 거죠.

▲25일 강동구 명일동의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의 한 주유소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5일 강동구 명일동의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의 한 주유소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번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지하철 9호선 연장 터널 공사와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싱크홀이 발생한 현장 지면으로부터 11m 깊이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을 위한 지름 7m의 터널 하부 굴진(굴 모양으로 땅을 파는 것)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보름 전인 6일, 사고 발생 지점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의 주유소 관계자가 지면 균열을 확인한 후 서울시 관련 부서에 민원을 접수한 사실도 알려졌는데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 모든 것을 두고 “적절하게 대응을 못 해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며 “이런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사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서두르거나 보강 공사에 충분한 재정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현상 현장에 사고 차량 잔해가 남아있다.   이 사고로 승용차 탑승자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합뉴스)
▲2024년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현상 현장에 사고 차량 잔해가 남아있다. 이 사고로 승용차 탑승자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지반 조사와 지하 시설물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특히 도심의 노후 인프라 교체와 지반 위험도 평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반 침하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시민 참여 기반의 도로 이상 신고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무엇보다도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죠.

보이지 않게 병들고 있는 도심 속 지반. 지하를 다시 들여다보며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준비해야 하겠죠. 싱크홀로 드러나는 ‘경고음’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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