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원 미국 투자계획…관세 리스크 해소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 4%, -1%로 회복
“긍정적 영향, 지속성은 약할 것”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를 해소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현대차그룹이 4년간 미국에 31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화답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전일보다 각각 3.29%. 2.13% 올랐다. 이날 정규 거래장이 열리기 전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8시~8시50분)에서 한때 6%, 4%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연초 대비 전 영업일까지 현대차 주가는 1%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 주가도 마이너스 수익률(-3%)을 기록하면서 코스피가 10%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다만, 이날 상승 마감하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현대차는 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1%를 기록, 하락 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이날 삼성전자(-1.16%) SK하이닉스(-1.65%) 등 반도체 업종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코스피도 전날보다 0.62% 내린 2615.81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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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한 이유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해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4일(현지시간)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준공식을 앞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고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대응하고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결단이다.
이번 대미 투자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 25%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내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투자계획에 따라 루이지애나주에서 철강을 직접 생산하고 완성차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관세를 피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화답하면서 현대차, 기아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 발표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계획 발표가 한국 자동차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지속성은 약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압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주가에 이미 일부 반영된 점과 내달 2일 상계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 대한 과세는 없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재고 및 인센티브 증가, 자율주행 등 미래차 개발 경쟁의 어려움 등도 주가에 계속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