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수현의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불렀습니다.
최근 김수현은 고(故) 김새론과의 과거 교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성년자 교제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과거 사생활 사진을 공개하고 추가 폭로를 예고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해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등 혐의로 고발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죠.
김수현이 입은 타격은 이미 상당합니다. 광고계에서 줄줄이 손절을 선언한 데 이어 작품 공개일까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인데요. 일각에서는 '그루밍 의혹'까지 거론되면서 대중의 시선도 걷잡을 수 없이 싸늘해졌죠.
첫 방송을 앞둔 예능 프로그램에도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K팝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 59명이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도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이미 유사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없이 많아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방송은 출연자들의 나이가 특이합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만 15세 이하'인데요. 김수현과 관련된 논란이 확산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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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첫 방송되는 MBN '언더피프틴'은 제목 그대로 '만 15세 이하'의 소녀들이 출연하는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나이를 뛰어넘는 실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 가운데 국적과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59명 K팝 신동들이 걸그룹으로 성장하는 내용을 그릴 예정이죠.
'언더피프틴' 측은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 중 인종과 국적,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59명 신동이 비주얼과 퍼포먼스, 가창력까지 갖춘 육각형 매력으로 K팝의 새 역사를 쓰며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송을 제작한 크레아 스튜디오는 국내 트로트 오디션 열풍을 이끈 서혜진 PD가 이끄는 곳입니다. 그는 가수 송가인, 임영웅 등을 배출한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원조 기획자인데요. TV조선에서 독립한 뒤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MBN '불타는 트롯맨', '현역가왕', '한일가왕전' 등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매번 화제가 됐죠.
크레아 스튜디오는 '언더피프틴' 지원자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4월 지원 기준을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뉴진스의 데뷔 나이 만 16.4세보다도 훨씬 어리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티저 포스터와 영상을 공개하면서 안방극장을 노리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공개된 일부 콘텐츠가 문제가 됐습니다.
예고편 영상에는 화장을 하고 배가 노출된 크롭티 등을 입은 여아가 등장합니다. 참가자 59명은 모두 2009~2016년생으로 미성년자인데요. 특히 이 중 5명은 2016년생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만 8세입니다.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꿈'을 도구 삼아 상업화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2016년생 아이들이 성인 아이돌 가수를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 메이크업을 받는 모습 등이 공개되면서 '성적 대상화'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참가자 프로필에 '바코드'를 삽입한 것도 논란에 불을 댕겼죠.
시민단체들도 '언더피프틴'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크레아 스튜디오 측은 "참가자들은 모두 본인의 참여 의사 확인 및 보호자들의 동의 하에 프로그램에 지원해 준 소중한 인재들"이라며 "제작진은 촬영 중에 미성년자인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녹화 준수사항을 엄격히 지켜왔다"고 해명했는데요. 이어 "제작진은 참가자 보호자와 상호 적극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의상 및 스타일링을 결정했으며 연습 시간 역시 녹화 주간의 경우 최대 35시간을 준수하고, 보호자와 제작진이 연습실 픽업과 상시 케어를 진행했다"고도 설명했죠. 또 참가자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무리한 일정을 배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방송 측은 25일 긴급 제작보고회를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또 한 번 해명에 나섰습니다. 서혜진 대표는 "바코드 논란은 엄청난 오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학생증 콘셉트로 제작한 것"이라며 "성적인 의미로 환치한 부분에 대해 우리도 굉장히 놀랐다. 이걸 제작한 것은 여성 제작진으로, 현장의 제작진의 90%가 여성이다. 여성 노동자가 성 인지가 낮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걸 현장에서 제작해주는 것이 여성이라는 점을 인지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머리 숙여 부탁한다. 우리 의도는 아동 성 상품화가 아니"라며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여러 의견을 종합해 방송 일자를 조율하려고 한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호소했습니다.

아이돌 그룹엔 이미 수많은 미성년자 멤버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데뷔 과정과는 사뭇 달라 제작자의 주의가 필요한데요.
가요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트레이닝을 거치며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은 통상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선부터 결선까지, 날것의 실력이 대중 앞에 공개됩니다. 제작진의 의도가 담길 수밖에 없는 편집과 연출도 더해지죠. 제작진의 역할과 역량이 특히 중요하며, 예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기획사들이 자체적인 오디션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출연자 대부분은 중·고등학생, 10대 청소년의 나이인데요. '언더피프틴' 참가자들의 경우 최연소 참가자가 만 8세의 나이라 똑같은 비교 대상에 올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인 경쟁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비공개 심사를 통한 단순한 실력 경쟁이 아니라,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대중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가 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요. 관계자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래퍼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출연해 실력을 겨루면서 한때 인기를 끈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리즈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할 수 있죠.
'고등래퍼' 시즌3 멘토로 출연했던 프로듀서 그루비룸 이휘민은 지난해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 출연해 "'고등래퍼'를 굉장히 싫어한다. 프로그램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걸 주면서 버려놓는다"고 일갈했는데요. 그는 "방송이 시작되면 아이들 사이에서 '회사', '광고' 이런 (허세 섞인) 얘기가 괜히 돈다"며 "이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대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음악 하다가 '쇼미더머니' 나와서 조금 더 정상적인 루트로 방송에 나올 수도 있었을 친구들인데, 너무 빨리 달콤한 맛을 봐서 음악을 더 오래 할 수 있는데도 (못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죠. 그루비룸 박규정 역시 "실력을 탄탄히 다진 후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허울 없이 먼저 유명세를 얻는다면 추후 그 간극을 메꾸는 작업이 정말 우울할 것"이라고 공감했습니다.
10세 이하의 아동은 아직 자기 인식, 감정 조절, 현실 판단 능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고등래퍼' 등 15세 이상 청소년이 등장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우려의 크기나 본질이 아예 다릅니다. 일과 놀이, 방송과 현실의 경계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데다가 성취와 실패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미디어 노출 자체가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죠.
즉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어린 아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아동의 정서 발달과 자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쟁 중심의 서사 구조와 감정 소비 방식에 있다는 겁니다.
'언더피프틴' 제작진 역시 이 맥락에서 해명을 이어가면서, 방송을 통해 프로그램의 취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인데요. 일단은 대중 앞에 공개될 '언더피프틴'을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참가자들을 담아내는 티저 콘텐츠에 대한 제작 및 연출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은 제작진 측이 감수, 향후 방송에도 반영해야 할 뼈아픈 조언으로 여겨지죠.

'언더피프틴' 논란은 K팝 업계의 '관행'도 도마 위에 오르게 했습니다.
대형, 중소 기획사 나눌 것 없이 다수 가요 기획사는 미성년자 멤버가 포함된 신인 그룹을 론칭합니다. 철저히 상업적인 면에서 살펴보자면 멤버들의 활동 기간을 늘려 장기적인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 데다가, K팝 주 향유층인 10대 팬덤을 타겟팅할 수 있는 '전략'인데요. 10대만의 풋풋하고 청량한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데다가 팬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남다른 서사까지 적용할 수 있어 사실상 한국 가요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죠. 이달 데뷔한 키키, 하츠투하츠만 봐도 멤버 전원이 미성년자입니다.
물론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청소년의 야간 촬영 제한, 주당 최대 노동시간 등을 정해놓고 있는데요. 밤 10시 이후 진행되는 생방송 시상식 등에서 미성년 멤버가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밤 10시 이후 야간 활동도 보호자 동의가 있으면 연장할 수 있고, 학습 시간과 촬영 시간을 병행했다는 이유로 노동 시간을 우회하는 등 제도 허점을 이용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이들 제도는 미성년 멤버들의 정서적 안정, 자아 보호보다는 형식적인 근로 조건에 초점을 맞춘 실정입니다. 방송 노출이나 캐릭터 소비, 경쟁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 노동, 정체성 혼란 등의 문제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죠. 여기에 K팝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업계 차원의 비판도 상당합니다.
결국, 이번 논란이 일회성 비판에 그치지 않고,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권익과 정서적 보호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작진이 방송을 보고 확인해달라고 호소한 만큼, '언더피프틴'에는 더 많고 엄격한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