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전쟁 반전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정 모 씨에 대해 미 법원이 25일(현지시간) 추방 시도를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따르면 나오미 부크월드 판사는 이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구금하고 추방하려는 시도를 일시 차단해달라는 정씨의 요구를 인용했다.
부크월드 판사는 “정씨가 지역 사회에 위험할 것이라는 기록상 증거는 없다”면서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 전혀 없는 21세 젊은이를 ICE 구금 시설에 넣는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령 정씨가 불법적으로 무기를 소지했거나 외국 테러집단과 소통했다는 주장이 연방정부 측에서 제기되지 않았다고 부크월드 판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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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씨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을 상대로 한국으로의 추방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5일 캠퍼스 반전시위 참가자에 대한 대학 측의 징계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이후 이민당국의 표적이 됐다.
영주권자인 정씨는 7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에 입학해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정씨의 변호사는 공판에서 판사에게 “의뢰인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뭐라고 하든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영주권자다”라고 강조했다.
정씨의 변호인단은 법원에 소장을 통해 “정부의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제1조) 및 기타 권리에 대한 전례 없는 그리고 정당화될 수 없는 위반이며, 기본적인 법적 검토조차 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이민법 집행을 위한 구금과 추방 위협 등은 현재 행정부가 선호하지 않는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비시민권자를 처벌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씨는 뉴욕시립대학교(CUNY)의 클리어 프로젝트, 휴먼라이츠퍼스트(Human Rights First),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시민권을 위한 변호사위원회 등 여러 로펌의 법률 지원을 받고 있다.
미 당국은 친 팔레스타인 시위 주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이나 학자들을 잇따라 체포해 추방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ICE는 8일에는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대학 내 아파트에서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시위에 관여한 이들을 잇달아 체포하고 있다.
정씨의 변호사는 결정이 나온 후 법원 밖에 있던 기자들에게 “오늘부로 의뢰인은 더 이상 ICE가 문 앞까지 들이닥쳐 칼릴 씨와 다른 학생 운동가들에게 했던 것처럼 밤에 자신을 납치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