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생산국 인도 ‘수입 관세’ 검토
美 수입 철강ㆍ알루미늄 관세가 신호탄
공급과잉 한국 주요 철강사 영업이익↓

미국에서 시작된 철강 관세가 글로벌 주요국으로 확산 중이다. 세계 2위 생산국 인도가 수입 관세를 검토하는 한편, 유럽연합(EU)도 무관세 혜택을 축소했다. 수출길이 막힌 한국은 철강 공급과잉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EU 세이프가드 뉴스룸 등에 따르면 EU는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통해 철강 관세를 강화한다. 골자는 나라별로 지정한 ‘무관세(또는 낮은 관세율)’ 축소다. 지정 물량을 넘으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유럽 수출 철강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열연강판이다.
올해 2분기 EU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열연은 18만6358t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이프가드 개정에 따라 14% 감소한 16만1144t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내야 한다. 사실상 유럽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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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EU는 2018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의 유럽산 철강 관세에 맞서 국가별 대응책을 마련했다. 나라마다 지정된 물량에 대해 관세 혜택을 주는 것. FTA를 맺은 한국의 경우 지정 물량(쿼터) 초과분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19일 스테판 세주르네 EU 산업전략 수석 부위원장은 세이프가드 강화 계획을 설명하면서 “수입 물량을 최대 15% 줄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U보다 앞서 세계 2위 철강 생산국 인도 역시 수입 관세를 논의 중이다. AP통신은 “인도 상무부가 수입 철강에 12%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자국 철강 산업 보호 목적”이라고 전했다.
작년 기준, 인도의 철강 생산량은 연 1억8000만t에 달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다만 자국 수요가 넘치다 보니 이를 충족하기 위해 수입 물량도 증가했다. 이번 철강 수입 관세 검토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결정이다.
글로벌 철강 전쟁의 출발점은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다. 2기 행정부 첫 관세 전쟁의 포문도 철강이었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일방적 조치에 주요국들이 보복에 나서면서 통상마찰은 더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파는 한국 철강산업까지 확산했다. 국내 철강 수요는 감소 중인 반면, 공급은 과잉이다. 결국, 이를 수출로 만회해야 하지만 주요국 관세 탓에 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까지 국내에 과도하게 유입된 것도 철강산업에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고, 현대제철은 무려 80%나 급감했다. 이밖에 동국제강(-56%), 대한제강(-89%)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