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에 '흥참동'이 웬 말"…모든 야구 팬들이 웃을 수 없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5-03-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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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우버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우버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흥참동' 뉴비(새로 유입된 팬)인데,
팬들이 매일 화나 있던 이유를 알게 됐다.

손꼽아 기다려온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겨우내 야구 시즌을 기다려온 팬들은 22일 전국 곳곳에서 열린 개막전으로 몰렸는데요. 5개 경기장에 10만 명에 달하는 구름 관중이 몰리면서 3년 연속 전 구장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죠. 올 시즌 개막전 총관중은 2019시즌 개막전 총관중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고요. 고졸 신인 선수의 홈런포를 포함해 홈런만 10방이 터져 나오면서 시즌 시작부터 야구장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유통업계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프로야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야구 마케팅을 바삐 전개하고 있는데요. 관련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직관을 가는 팬들을 위해 야구장 인근 숙소를 제안하는 코너를 마련하거나 특화 매장을 오픈하는 등 야구 팬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에선 씁쓸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른바 '흥참동', '흥행 참패 동맹'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구단 팬들 사이에서 아쉬운 지적이 잇따른 건데요. 이들은 오히려 "흥참동 다 같이 가을야구 가자"며 응원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샙니다.

▲삼립의 '크보빵'과 연세유업의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사진제공=SPC삼립, 연세유업)
▲삼립의 '크보빵'과 연세유업의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사진제공=SPC삼립, 연세유업)

야구 팬들 잡아라!…불붙은 마케팅

지난해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KBO리그는 지난해 1088만7705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 최초로 꿈의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죠.

이에 업계를 막론하고 야구장 마케팅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유통업계는 물론 금융권,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시선도 일제히 마운드에 쏠렸죠. 1000만 야구 팬을 공략할 제품과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대박'을 노리는 겁니다.

금융권에서는 홈경기 결제 시 할인해주는 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적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데요. 부산은행은 그간 판매해왔던 'BNK 가을야구 정기 예·적금'을 개선해 '롯데 자이언츠 승리기원 예·적금'을 판매합니다. 기존 상품이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식이었다면, 최근 상품은 롯데가 승리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광주은행은 올 초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V12) 달성을 기념하고, 13번째 우승(V13)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KIA 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을 조기 출시했죠.

야구장에 수많은 눈이 쏠리는 만큼 기획사들도 기회를 잡고 나섰습니다. 앰퍼샌드원은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의 시구자와 시타자로 나서고요. 몬스타엑스 멤버 민혁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되는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오릅니다. 베이비몬스터는 29일 두산 베어스와 삼성의 경기에서 시구 및 시타를 하죠. 베이비몬스터는 두산 베어스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글로벌 파트너로도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격전이 열리는 곳은 단연 유통업계가 아닐까요? 올해 프로야구 관련 상품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건 '빵'입니다. SPC삼립이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업해 출시한 '크보빵'(KBO빵)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봉이 팔려 나갔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죠. 각 구단의 특징을 빵에 담아낸 건데요. KIA는 '호랑이 초코롤'로, 삼성 라이온즈는 '라이온즈 페스츄리'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랜덤깡(?)의 유혹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띠부씰(스티커)를 랜덤으로 빵에 넣으면서 소장 욕구를 부채질했는데요. 좋아하는 선수의 띠부씰을 갖기 위해 빵을 수십 개 샀다는 팬들의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죠.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띠부씰 교환 글부터 웃돈 거래까지 등장하면서 '제2의 포켓몬 빵'으로도 불립니다.

또 다른 인기 빵도 있습니다. 편의점 CU는 18일 두산 베어스 팬들을 노리고(?)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을 선보였는데요. 참고로 '먹산'은 '먹성 좋은 두산 팬'이라는 애칭입니다. 구단 마스코트인 철웅이도 포장지에 넣고, 구단 상징색인 네이비를 빵 시트로 활용하는 등 협업에 '진심'임을 드러냈죠. 두산이 서울을 연고지로 둔 만큼 전국 매출에서 서울 지역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출시 6일 만에 12만 개가 팔려나갔습니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27일 '팝콘치킨'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콜팝'(콜라+팝콘치킨) 형태로 치킨 용기를 캔 음료에 결합해 야구장 등 야외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달까지 팝콘치킨을 사면 펩시콜라 캔도 증정하죠.

▲(출처=KBO 대학생 마케터, 우버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KBO 대학생 마케터, 우버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속상함 자아낸 마케팅도…"우리 팀 유니폼만 왜 저래?"

그러나 모든 마케팅이 호평을 들은 건 아닙니다. 되레 일부 팬들을 속상하게 하기도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흥참동'에 황당한 일이 몰린 모양새죠.

'흥참동'은 2000년대 이후 창단돼 프로야구 구단에 가장 늦게 합류, 인기가 비교적 덜한 구단의 팬들이 자조와 응원을 담아 부르는 애칭입니다. 2000년대 이후 창단된 신생 구단들은 상대적으로 팬들의 숫자가 적습니다. 통상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NC, kt 위즈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요. 비록 리그 내에서 팬 숫자가 비교적 적지만 2020년대 들어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진출하는 성과를 내고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즉 현재의 '흥참동'은 인기가 덜하다는 팬들의 자조를 담은 표현인 동시에, 신생 팀이지만 전력상으론 타 구단들과 견줄 만큼 강력한 팀들을 이르는 말로 통한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인기 구단이 프로야구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KBO나 경기를 중계하는 플랫폼도 이윤과 화제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흥참동' 팬들 사이에서는 '프로야구는 10개 구단으로 움직인다는 걸 모르는 거냐'는 토로가 종종 나옵니다.

올해 KBO도 팬들의 비판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KBO는 13일 '제21기 KBO 대학생 마케터 발대식'을 진행했습니다. 허구연 KBO 총재와 10개 구단 유니폼을 입은 대학생 마케터 10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됐는데요. 훈훈함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kt 유니폼을 입은 마케터가 그 안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건데요. 다른 마케터의 경우 각각 팀 하나의 유니폼만 입고 있었죠.

지난달 10일 올라온 제21기 KBO 대학생 마케터 유의사항에는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구단 및 선수의 팬심으로만 지원하시는 분들은 본 활동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이 모습이 화제가 되자 KBO 대학생 마케터 측은 이 사진을 삭제, 안내문을 게재했는데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발대식에서는 매년 같은 형식의 발대식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다양한 복장을 활용한 연출을 기획했으나, 공식 사진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운영에 신중하겠다고 밝혔죠. 다만 야구 팬들은 "인기 구단 두 곳 유니폼 겹쳐 입었으면 '안내문'이 아니라 '사과문'이었을 것" 등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특히 kt 팬들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입장문이었죠.

여기에 우버 코리아는 인스타그램에 프로모션 게시물을 게재하면서 각 구단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사진을 함께 올렸는데요. 키움 팬만 유니폼 없이, 종이에 구단 로고를 인쇄해 등에 붙인 허술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버 코리아 역시 논란이 되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각 구단 팬 여러분의 깊은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팀을 향한 응원의 무게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콘텐츠를 제작한 점 사과드린다"며 "이번 콘텐츠는 사내 구성원들의 모든 구단 팬심을 바탕으로, 직관하시는 팬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였으나 준비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는데요. 팬들은 "우리끼리 '흥참동, 흥참동'하면서 노니까 여기저기서 다 무시하는 거냐", "유니폼 입은 모습 합성하는 성의라도 보이지 그랬냐"며 속상해했습니다.

티빙은 아예 이들 구단의 모습을 지워버렸는데요. 최근 공개한 프로모션 이미지에 정확히 SSG, 키움, NC, kt만 쏙 빠지면서 의문을 불렀습니다. 타 구단 팬들마저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노골적으로 인기 상위 6개 팀만 박아놓은 거냐", "심지어 프로야구 생중계 플랫폼이잖나"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설마 정말 그 구단들만 쏙 뺀 거겠냐. 포스터가 여러 개일 것"이라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와 눈길을 끌었죠.

▲구단별 BI. (출처=키움 히어로즈, kt 위즈, NC 다이노스,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구단별 BI. (출처=키움 히어로즈, kt 위즈, NC 다이노스,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가을야구 진출? 흥참동이 보여줄게"…응원 목소리 더욱 커져

사실 흥참동과 비(非)흥참동(?) 팀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의미 없을 만큼, 프로야구 전반이 인기입니다.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지난해 역시 전 구단이 고르게 팬층을 넓힌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2024 KBO리그와 KS 결과만 되돌아봐도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야구 순위입니다.

이에 단순히 인기 팀, 비인기 팀을 나누는 시대가 아니라, 모든 구단이 각자의 서사와 팬덤을 형성하며 KBO 리그 전체를 풍성하게 하는 요즘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흥행 참패'라는 이름 아래 묶이기엔, 선수들의 노력과 팬들의 열정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사실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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