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험 의심 사례 갈수록 증가
차보험 1위 49% 이어 42% 차지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나 방화, 고의적인 자동차 사고가 대표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질병을 과대 진단하거나 불필요한 시술을 보험금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질병·상해·간병·치매 등을 보장하는 장기보험 관련 보험사기 의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6400만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사기 건수는 꾸준히 1위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704억 원으로 전체의 49.6%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1738건의 고의사고를 내고 82억 원을 편취한 혐의자 431명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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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점은 장기보험의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비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4853억 원으로 전체의 42.2%를 차지했다. 불필요한 시술을 받거나 입원 기간을 부풀리는 등 과다청구 보험사기가 많아진 것이다.
범행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이 있는 가짜 환자를 내원시키고 6시간 동안 여유증·다한증 수술을 진행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편취하다 적발됐다. 브로커, 가짜환자, 의사가 함께 조직적으로 벌인 보험사기다.
일부 조직만 떼어내고도 용종 절제 수술을 한 것처럼 해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의심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여러 개의 병변이나 종양을 절제하는 내시경점막절제술(EMR)을 하고서는 용종 절제 수술을 한 것처럼 의료보험을 거짓 청구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EMR은 의료보험에서 한 번의 시술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 수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는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를 장기 입원시킨 뒤 피부미용 시술을 받게 해 72억 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사례가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환부 및 수술 사진을 증거로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해 적발됐다. 특히 뇌혈관 수술처럼 외형상 직관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수술은 허위 및 대리 청구 여부를 가려내기 까다롭다는 점을 이용했다.
최근 등장한 펫보험, 골프 홀인원보험 등 보험상품 관련 신종 보험사기도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가 만성화되고 치밀해지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는 단순한 경제적 범죄가 아니라 민영 보험을 넘어 건강보험 체계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기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증가하는 보험사기의 연령별 특성을 반영한 예방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기획조사,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종목·직업별 주요 발생 보험사기 유형에 따른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건강보험공단·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등과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유형의 보험사기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대규모 사고를 위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가입자가 소액 보험사기를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러한 유형의 보험사기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 등의 적극적인 단속은 물론 처벌을 강화해 보험사기가 무거운 범죄라는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