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정산지연 현실로…저무는 명품 플랫폼 시장

설립 이후 내리 적자…기업회생절차 준비 의혹

▲최형록 발란 대표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명품 플랫폼 ‘발란’이 판매대금 정산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업의 쇠락이 현실화했다는 반응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24일 일부 입점 판매자에게 정산대금을 입금하지 못했다. 정산금 과다 지급 등을 발견해 재정산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확산하자, 발란은 이날 판매자 공지를 통해 “자체 진행 중인 재무 검증 과정에서 정산 관련 점검하지 못한 부분이 발생해 데이터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급이 2~3일 지연됐으며 재정산 검증 작업이 완료 후 늦어도 28일까지는 입점사별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 발란이 기업회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입점사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입점사들은 본사를 찾아가 정산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발란은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입점사들과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체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발란은 정산지연은 예견된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3년 감사보고서 기준 발란의 매출은 392억 원, 영업손실은 99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7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향후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발란은 수년간 적자로 현금도 충분치 않다. 현금성 자산은 33억 원, 예수금은 107억 원이다. 예수금은 발란이 입점사에 정산해야 하는 돈이다. 2월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로부터 75억 원을 수혈받았지만, 입점사들은 이 돈이 정산에 활용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발란의 이번 사태로 인해 명품 플랫폼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명품 플랫폼은 저마진 구조를 앞세워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빠르게 성장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 일명 ‘머트발’로 불리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소비자 수요가 급감했고, 고물가로 인해 수익성도 악화했다. 업계 4위였던 캐치패션은 추가 투지 유치 등에 실패해 작년 3월 폐업했다.

명품 플랫폼의 수익구조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트렌비는 2024년 12월 결산 재무제표를 공개하며 진화에 나설 정도다. 트렌비는 “입점사 지급예정 금액은 35억 원, 보유 현금성 자산 총액은 80억 원으로 재무 안정성을 확보 중”이라며 “판매 대금을 3주 이내 정산 중이며, 자금 상황과 운영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트잇도 2023년 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