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퍼펙트 스톰’ 봄철 산불…해마다 겪어야 하나

입력 2025-03-27 18: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7일 경북 지역에서 6일째 번지고 있는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묘소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가운데 주변 산림이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며 먼 산에서 산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경북 북부 산불은 이날 오전까지 산불영향구역이 3만3204㏊로 추산되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지역에서 6일째 번지고 있는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묘소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가운데 주변 산림이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며 먼 산에서 산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경북 북부 산불은 이날 오전까지 산불영향구역이 3만3204㏊로 추산되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경북도 일부 지역에서 발화한 산불이 크게 번지고 있다. 조기 진화는 이미 물 건너갔고, 피해 권역은 경북권을 넘어섰다. ‘퍼펙트 스톰’이 따로 없다. 27일엔 산청에서 하동으로 번진 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으로 옮겨붙었다. 강풍이 부는 데다 풍향이 수시로 바뀌는 탓에 진화 작업은 악전고투 중이다.

그간 잠정 확인된 피해만 봐도 역대 최악의 산불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27명이 숨지는 등 50여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났다. 산불 사망자 수로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 규모다. 희생자 대부분이 60~70대로 갑작스럽게 대피하다 차 안이나 도로에서 변을 당한 경우가 많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도 기만 명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 지역에 대피령이 발령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산림 피해는 약 3만6000㏊에 달해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3794ha를 뛰어넘었다. 축구장 면적(0.714㏊)의 5만420배가 넘는 지역이 초토화됐다. 주택, 공장, 사찰 등도 325곳이 파괴됐다. 천년고찰인 의성 고운사를 비롯해 산속 국가유산 5곳도 소실됐다. 26일 의성에선 산불 진화에 나선 헬기가 추락하는 비보가 전해졌다.

불길이 언제 잡힐지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27일 비가 내렸지만, 불길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당국은 경북 의성 산불이 시간당 8.2km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최고 속도다. 2019년 속초·고성 산불 때 초속 33m 바람에 시간당 5.2km 속도로 퍼진 것과 비교된다.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재난이다.

건조한 날씨 등 기상·기후만 탓할 계제가 아니다. 물론 불가항력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미숙한 대처로 피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예산 부족에 따른 산불 진화 장비·인력 부족도 초동 진압에 실패한 원인이다. 핵심 장비인 진화 헬기부터 그렇다. 산림청 헬기는 50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동원 가능한 전력은 30대도 안 된다. 부품 교체를 못 해 전력에서 제외되거나, 전국 각지 산불 취약지역에 묶여 있다. 노후 장비에 조종사 근무여건이나 처우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번에 사망한 헬기 조종사가 73세라는 사실이 우리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 비상시 방화선 역할을 하는 임도를 늘리고, 내화력 강한 활엽수를 많이 심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요구 또한 좀체 반영되지 않았다.

봄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불이 빈발한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소방 인력뿐 아니라 군경과 민간이 초기 진화에 나설 수 있도록 대응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산불은 사유림·국유림·공유림을 가리지 않는다. 산불 대응을 위해 소유자 구분 없이 산림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물론 당장 시급한 것은 진화와 확산 방지, 그리고 사태 수습이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끈 다음엔 대한민국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처할 구조적 처방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다 머리를 맞대야 할 대목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사모펀드에 돈 쏟아붓는 은행들...5대 은행 36조 투자
  • FDA 재도전 불발된 HLB…무거운 분위기 감돈 주총장 [가보니]
  • 정용진·김동선도 출사표...유통가, 왜 테마파크에 꽂혔나 [K테마파크 르네상스]
  • 트럼프 “3선 농담 아냐…할 방법 있어”
  • 이혼 거치며 더 끈끈해지거나 소송하거나…다양한 부부의 세계 [서초동 MSG]
  • 김수현, 오늘(31일) 기자회견 연다…시간은?
  • [위기의 시진핑] ‘딥시크의 덫’에 빠진 시진핑
  • "지브리풍으로 그려줘" 챗GPT 이미지 생성 반응 폭발…렌더링 딜레이 속출
  • 오늘의 상승종목

  • 03.31 12:4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1,705,000
    • -2.19%
    • 이더리움
    • 2,689,000
    • -2.25%
    • 비트코인 캐시
    • 444,900
    • -2.56%
    • 리플
    • 3,108
    • -5.13%
    • 솔라나
    • 186,600
    • -0.96%
    • 에이다
    • 970
    • -4.62%
    • 이오스
    • 860
    • -1.83%
    • 트론
    • 347
    • +0.58%
    • 스텔라루멘
    • 394
    • -2.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46,670
    • -2.99%
    • 체인링크
    • 19,820
    • -3.46%
    • 샌드박스
    • 400
    • -2.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