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유럽의 엄격한 항생제 처방

입력 2025-03-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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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환절기가 되면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산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며칠을 기침, 가래에 시달리다가 좀 나았다 싶으면 열흘이 멀다하고 또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징징댄다.

어릴 적 감기에 걸리면 어머니는 ‘마이신 세게 먹으면 낫는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 시절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지금처럼 체계적인 때가 아니라 ‘마이신’이라 통용되던 항생제는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인식됐다.

지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항생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이전인 1999년까지는 약국에 가서 이런저런 증상을 얘기하면 약을 조제할 때 약사가 항생제를 넣어주기도 했다. 그러면 좀 빨리 낫겠거니 하고 안심이 됐다.

그런 학습효과 때문일까,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항생제의 도움을 받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포르투갈 입국 4개월 만에 딸아이가 코로나19에 걸려 극심한 인후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환자라 몇 시간을 대기한 끝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목 안쪽을 검진한 담당 의사는 “목 안에 박테리아가 검출되지 않아 항생제를 쓸 수 없다”며 해열진통제만 처방해줬다. 고작 해열제 몇 알 받겠다고 이 긴 시간 고생을 했었나 하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었다. 이후에도 아이는 고열과 기침으로 병원을 또 찾은 적이 있는데 여지없이 처방전엔 해열제만 적혀 있었다. ‘의사들, 참 깐깐하구나.’ 이후로 나는 항생제 처방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하지만 포르투갈도 예전엔 대표적인 항생제 오남용 국가였다. 20년 전인 2004년 조사에서 포르투갈은 외래환자 대상 항생제 사용량이 유럽연합(EU) 국가 중 네 번째로 많았다.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이유는 항생제 내성(AMR) 때문이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박테리아의 저항성이 높아져 항생제 효과가 점진적으로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20년 유럽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 때문에 연간 3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는 2030년까지 항생제 소비량을 2019년 대비 20% 줄이겠다는 ‘원 헬스(One Health)’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맘카페에는 ‘해외여행 가는데 상비약으로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 알려주세요’라는 질문들이 많고 ‘어느 병원에 가서 얘기하면 처방해준다’라며 답글도 줄줄이 달린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 이렇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인류가 직면한 공중보건 10대 위협 중 하나로 선언했다. 이제부터라도 항생제 사용에 대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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