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가볼까 했더니"…여의도 벚꽃길, 무사히 걸을 수 있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5-04-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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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온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온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주말 일부 지역에서는 눈보라까지 치는 등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기온이 오르면서 추위도 차츰 물러났는데요. 1일엔 평년과 비슷한 기온을 회복했고, 낮 최고 기온은 13~18도를 오르내리면서 따뜻한 봄 날씨를 보였죠.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본격적인 봄을 앞둔 지금, 시민들의 관심은 봄꽃으로 쏠린 모양샙니다.

한국의 봄은 통상 3월부터 5월 초까지,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상학적 봄의 시작을 일평균 기온 5도 이상일 때로 보고 있는데요. 이를 토대로 3~5월을 봄철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등으로 한반도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겨울철이 끝나면 순식간에 봄이 지나 여름으로 접어든다는 뜻이죠.

봄은 방심한 사이 금세 지나가 버리는 짧은 계절인 데다가 벚꽃처럼 만개 기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는 꽃들이 대다수입니다. 이에 사람들은 "지금이 아니면 못 본다"는 마음으로 봄꽃 축제를 찾곤 하는데요. 추운 겨울 동안 실내 생활을 하다가 따뜻해진 날씨, 햇살, 꽃 내음을 즐기며 산뜻한 해방감을 느끼죠.

지난 주말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벚꽃이 개화하면서 지역마다 벚꽃 개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벚꽃 축제는 물론 지역별 벚꽃 개화일, 만개 시기, 벚꽃 명소, 벚꽃 꽃말 등 다양한 키워드가 봄 감성을 물씬 자아내는데요. 안타까운 사실은 올해 벚꽃을 마음 편히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 캡처)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 캡처)

서울 관측소 벚나무에 쏠린 눈…지역별 벚꽃 만개 시기는?

아직 서울의 벚꽃은 공식적으로 개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는 이미 벚꽃이 피었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서울의 벚꽃 개화는 서울기상관측소(서울 종로구 송월길 52)에 지정된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여의도 여의서로 국회 맞은편에 있는 118∼120번 벚나무 세 그루를 기준으로 공식 개화를 판단하는데요. 계절 관측의 기준이 되는 이러한 나무를 '관측목'이라고 부르죠.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공식적인 개화로 일컫습니다.

각 지역의 공식 개화를 확인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기상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겁니다.

기상청에서는 계절 관측 - 봄꽃개화현황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봄꽃인 벚꽃과 철쭉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폈는지 확인할 수 있죠. 개화 전, 개화, 만발 등 세 가지 단계로 개화 현황 정보를 전달하죠.

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 28일 부산 남천동, 29일 경남 하동 쌍계사와 진해 여좌, 31일에 전남 영암 100리에 있는 군락지에서 벚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봄꽃 개화 예측은 산림청에서, 관측은 기상청에서 담당합니다. 풀어 말하자면 산림청은 미래의 개화 시기를 추측하는 거고요. 기상청은 현재의 개화 상태를 실제로 확인, 현재 진행 중인 개화 정보를 제공하죠.

앞서 산림청은 2월 24일 발표한 ‘봄철 꽃나무 개화 예측지도’에서 지난달 26일 제주 한라수목원을 시작으로 이달 19일 지리산 세석대피소까지 전국에 벚꽃이 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서울에는 겨울 평균기온이 전년보다 2.5도 낮아 개화가 보다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죠.

케이웨더, 웨더아이 등 민간 예보업체들은 서울에 1일께 벚꽃이 피어나 9~10일께 만개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춘천은 5~7일께 벚꽃이 펴 12~14일 만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후 변화로 벚꽃의 개화·만개 시기는 정확히 예측하는 게 어렵습니다. 2023년의 경우만 봐도 서울 벚꽃은 3월 25일 피어나 관측 사상 가장 이른 시점에 개화했는데요. 지난해 개화일도 4월 1일로 평년보다 일주일 빨랐죠. 무작정 방문하기 전에 꽃이 피었는지, 또 활짝 피었는지 확인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출처=도봉구청 홈페이지 캡처)
▲(출처=도봉구청 홈페이지 캡처)

대형 산불 사태에 봄꽃 축제 연기·취소·지연…벚꽃 특수 '울상'

봄맞이 행사에도 많은 눈이 쏠렸는데요. 수많은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 등 5개 시·군과 경남 산청·하동, 울산 등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산불의 영향이죠.

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도와 대구시에서는 봄을 맞아 열릴 예정이었던 각종 축제가 취소·연기됐습니다.

안동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와 이달 초 '안동벚꽃축제'를 열 예정이었는데요. 모두 취소했습니다. 포항시는 '내연산 전국산행대회'와 '장량 떡고개 벚꽃 문화축제'를 무기한 연기했고요. 5~6일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열 예정이었던 '2025 호미반도 유채꽃 축제'는 아예 취소했죠.

대구 달성군은 지난달 28일부터 개최하려고 했던 '달창지길 벚꽃축제', '옥포 벚꽃축제'를 취소했습니다. 북구에서 28일 열릴 계획이었던 고성동 벚꽃한마음 축제도, 경북 경산시에서 5일 개최될 예정이던 '반곡지 복사꽃길 걷기 대회'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경남 산청군은 11일부터 20일까지 생초국제조각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산청꽃잔디 축제, 동의보감촌 산청농특산물대제전을 모두 취소했고요. 창녕군 역시 지난달 28일 개막하려던 부곡온천축제를 이달 25~27일로 연기했죠. 진주시의 공군교육사령부 벚꽃 여행길 행사도 전면 취소됐습니다.

국내 최대 봄꽃 축제이자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 중인데요.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불꽃쇼를 취소하고, 해군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부대 개방 행사를 없애는 등 행사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서울에서도 축제 일정을 취소한 곳이 있습니다. 도봉구는 4일부터 8일까지 우이천에서 '2025 도봉 벚꽃 축제'를 열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31일 행사 전면 취소 소식을 전했는데요.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 따라 행사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국가적 재난으로 축제 분위기도 시들해진 데다가,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수많은 만큼 흥겨운 분위기를 내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이와 동시에 '벚꽃 특수'를 노리던 지역 상인들의 고심도 깊어지기만 하는데요. 안 그래도 지역 경제와 내수가 줄곧 부진한 상황에서 봄꽃 축제까지 조용해지면서, 더 큰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죠.

▲지난해 4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국회 뒤편에 활짝 핀 벚꽃 사이로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m@)
▲지난해 4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국회 뒤편에 활짝 핀 벚꽃 사이로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m@)

여의도 벚꽃길, 안전히 걸을 수 있을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치 불안도 빼놓을 수 없는 봄철 지역 경제 회복 동력을 꺾는 요소인데요. 1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4일 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국회의원 재적 300명 중 204명이 찬성하며 가결된 이후 111일 만에 인용 여부를 결론 내겠다는 겁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2월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올해 1월 14일 1차 변론기일을 열며 재판을 본격화했습니다. 2월 25일 열린 11차 변론기일까지 이어지면서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이어갔는데요. 마지막 변론 기일 이후 38일 만에 탄핵심판 선고일이 정해지는 등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재판관 내 이견이 상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참고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14일이 걸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가 이뤄진 전례가 있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위해선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인용 의견이 나와야 합니다. 이렇게 탄핵소추안이 인용된다면 윤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하는데요. 또 선거관리위원회는 탄핵 후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진행해야 하죠. 이 경우 대선은 6월 3일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탄핵소추안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국정에 복귀하게 됩니다.

헌재는 탄핵심판 선고를 생중계하고 일반인에게도 방청을 허용했는데요. 탄핵 인용과 기각,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우리나라를 뒤흔들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정부 당국은 이미 헌재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1일 낮 12시부터 헌재 인근 3호선 안국역 1·6번 출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출구가 폐쇄됐고요. 4일에는 안국역이 종일 폐쇄됩니다.

시위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인근 시청역·경복궁역·광화문역과 여의도역 등은 무정차 통과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인데요. 시내버스는 광화문 교차로, 세종대로 사거리, 안국역, 여의대로, 한남동 등 구간 내 경유 노선에서 무정차 또는 임시 우회를 할 방침이죠.

이에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 여의서로 벚꽃길에도 눈길이 쏠립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의 행사 시작일이 4일인데요. 맞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과 정확하게 겹칩니다. 대규모 인파가 국회의사당 인근으로 몰리는 등 탄핵 정국 속 관련 시위대와 일반 시민들 간의 마찰도 우려되는 상황이죠.

안 그래도 벚꽃 시즌이면 이곳을 찾는 시민들로 거리가 빼곡합니다. 앞서 서울시는 이번 여의도 봄꽃축제가 개화 시기 일 최대 80만 명, 관람 예상인원 300만 명이 예상됨에 따라 최근 재난안전 현장상황실(재난버스)을 여의도 한강공원에 배치해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올해 축제의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예정일과 정확히 맞물리는 데다가 전국에서 대형 산불로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맞은 만큼, 축제 연기나 취소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데요.

정치적 불안감과 부진한 내수, 재해, 이상 기후까지 올해 봄꽃을 둘러싼 풍경은 그리 평온하지 않습니다. 여러 악재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지만, 어쨌든 봄은 온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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