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임원급 노조 출범...'1사 2노조' 구축

입력 2009-08-03 10:19 수정 2009-08-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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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강제퇴직 계기...고용 불안에 따른 기현상

HSBC은행 서울지점이 임원급 노동조합인 ‘밴드급 노조’를 출범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HSBC은행은 지난 4월 임원들을 중심으로 제2의 노조가 새로 출범했다.

밴드급 노조란 HSBC 내부에서는 상급자 노조를 말한다. HSBC 은행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차장급 이상의 직원들을 밴드(Band)라고 불렀는데 이번에 차장급 이상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해 이같은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HSBC는 은행권에서는 보기 드문 근로자 노조와 임원진 노조 등 두 개의 노조를 운영하고 있다.

밴드급 노조가 설립된 이유는 올해 초 HSBC은행이 희망퇴직 인원을 근로자에서 임원으로 확대하고 이 중 일부 임원들은 아예 강제퇴직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부 임원들은 자체적으로 임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었고 결국 임원노조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

다행히 임원들의 퇴직은 당초 1000여명에서 100명 안팎으로 축소됐지만, 근로자가 아닌 임원들의 노조까지 출범됐다는 것은 그만큼 HSBC 은행의 감원바람이 심각했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현재 밴드급 노조는 약 250명~3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또 올해 초 약 220여명의 인원을 감축했으며 이 가운데 노조위원장도 함께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HSBC은행 한 관계자는 “노조위원장이 최근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 노조위원장이 희망퇴직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측의 압박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 노조위원장은 아직까지 휴직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이도 50살이 채 안됐는데 과연 누가 희망퇴직을 원하겠느냐”고 토로했다.

HSBC은행은 이 외에도 올해 3월 중소기업 금융부서를 폐지하고 소비자 금융부서도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인천에 영업소를 두고 약 50~60여명의 인원을 둔 중소기업 금융부서는 현재 본사를 통합해 모두 퇴직시키고 현재 약 10여명의 직원들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 결과 중소기업 금융부서는 일반 기업대출은 아예 폐지하고 대기업을 상대로 큰 규모의 자금만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본사로 통합된 중소기업 금융부 직원들은 중소기업 금융부서가 폐지되면서 언제 구조정될지 모르는 가시방석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HSBC뿐만 아니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도 돈이 안되면 곧바로 영업점을 폐지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로 인해 힘겹게 은행에 입사한 직원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 보여주는 부작용”이라며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해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채를 모집하거나 가급적 직원들을 감싸 안으려고 하지만, 외국자본들은 자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축소하고 폐지할 수 있다. 결국 회사는 부자가 되고 개인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HSBC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을 폐지한 것이 아니고 내부 경영에 따라 축소한 것”이라며 “명예퇴직도 희망자들만 접수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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