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유입 106억 달러…전년비 7배
트럼프 불확실성에 투자심리 급변

미국 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에 유럽 주식에 초점을 맞춘 상장지수펀드(ETF)에 순유입 규모로 역대 가장 많은 106억 달러(약 15조 원)의 베팅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순유입액의 7배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최근 5년 중 3년간 미국 시장에 상장된 유럽 ETF에서 자금을 빼 미국 국내 펀드로 옮기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엔비디아 등과 같은 미국 빅테크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투자심리가 급변하며 유럽 ETF에 대한 투자 열풍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경제정책이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유럽 주식이 유망 투자처로 등극한 것이다.
시모어자산운용의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팀 시모어는 “누구도 미국 주식을 모두 팔지는 않겠지만,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국제 주식, 특히 유럽 주식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증시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대신 ‘메가(MEGA·유럽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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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MEGA 돌풍은 과거와는 다른 모멘텀에 기반을 둔다는 진단도 나온다. 시모어 CIO는 “유럽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발표한 재정 지출 계획은 역사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ETF 브랜드 아이쉐어즈(iShares)의 독일 ETF에는 올 들어 순유입액이 10억 달러를 넘어 펀드 총 운용 자산이 두 배로 늘었다.
유럽 방위산업 주식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유럽 방위 지원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유럽 지도자들이 군사력 증강을 도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작년 10월 출시된 유럽 항공우주ㆍ방산 전문 ETF인 ‘셀렉트스톡스유럽 항공우주&방산 ETF’에는 올해 4억6900만 달러 자금이 유입됐다.
라자드자산운용의 로널드 템플 수석 시장전략가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진정한 기대가 감돌고 있다”면서 “미국의 정책 변화가 유럽을 마비 상태에서 일깨웠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투자 열풍이 지속력을 가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블랙록에서 아이쉐어즈 투자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티 아쿨리언은 “단기 트레이딩이 아닌 장기 흐름이 되려면 유럽 기업의 실적 성장이 실제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유럽국가가 투자 열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가령 영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아이쉐어즈 MSCI 영국)에서는 자금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