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식당 한 번 와주세요"…효녀들 호소에 구청장도 출동한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5-04-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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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X 캡처)
▲(출처=X 캡처)

저희 어무니(어머니) 가게인데, 폐업할까 고민이세요.

우리 아빠 요리 엄청 잘하시는데… 식당이 적자라 안타까워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이 같은 호소가 줄 잇고 있습니다. 영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이들의 자녀가 나선 건데요. 고물가,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제 요건 속 부모의 상점을 홍보하며 방문·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보 글에 담긴 가게는 백반을 파는 식당부터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 에어컨 청소 서비스, 문구점 등 업종도, 위치도 다양합니다.

이 같은 홍보 글이 관심을 끄는 건 여느 바이럴과 달리 자녀들의 '진심'이 담겨 있는 데다가, 국내 이용자에게 '익명성'이 가장 큰 매력인 X에서 신상 노출을 감안하고 있다는 것 때문인데요. 여러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상점들을 포털 사이트 지도, 엑셀에 정리하는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관련 글은 수천, 수만 회의 조회 수와 공유 수를 기록하며 큰 확산력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자영업의 위기, 가족에 대한 애정, 디지털 세대의 행동 방식 등이 맞물려 나타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봐도 무방한 셈이죠.

한 지방자치단체장도 이 같은 '랜선 효도'(온라인을 통해 효도하는 행위) 유행을 조명할 정도입니다.

▲한 네티즌이 '랜선 효도 릴레이'에 소개된 상점을 정리해놨다.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한 네티즌이 '랜선 효도 릴레이'에 소개된 상점을 정리해놨다.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동네 식당·카페에 발길 뚝…'랜선 효도' 펼쳐진 이유

이번 랜선 효도 릴레이는 한 네티즌의 글로 시작됐습니다.

A 씨는 지난달 23일 X에 "어머니가 거의 10년을 장사하고 계시는데, 생선값은 오르고 손님은 줄어 하루 일당도 안 나오는 상황이다. 폐업할까 고민이시다"는 도움 요청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과 함께 트친(트위터 친구)의 "정말 맛있다. 집밥 먹고 싶을 때 강추(강력 추천) 드린다"는 인증 글도 화제가 됐는데요. 해당 글을 본 X 이용자들은 실제 가게를 줄줄이 방문했습니다. 식당을 방문했다는 '인증샷' 릴레이도 펼쳐졌고, 포털 사이트 지도에는 후기도 잇따라 작성됐죠.

해당 글은 2일 오후 1시 기준 무려 1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요. X의 조회 수 집계 특성상 이용자의 타임라인, 검색, 링크 등에서 화면에 뜨기만 해도 조회 수 '1회'씩 조회되는 탓이긴 합니다. 다만 해당 글은 리트윗 3만6000회, '좋아요'도 2만4000회 이상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죠.

랜선 효도 글이 실제로 효과를 보자, 다른 자녀들도 나섰습니다. 해당 글을 인용해 자신의 부모님 상점을 홍보하는 글도 수십 개에 달했는데요. 어머니가 에어컨 청소를 하신다는 B 씨의 글에도 반응이 폭발, 4월 예약이 하루 만에 마감됐다고 합니다. B 씨의 후기 글은 뭉클한 감동도 안겼는데요. 그가 공개한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어머니는 "인생은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딸이 광고를 해줘 오히려 큰 힘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자녀들이 응원하는 식당이나 점포들의 위치와 정보를 직접 모아 등록한 '자영업자 구조 지도'도 등장했습니다.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라는 이름의 네이버 지도에는 이날 기준 933개의 식당, 미용실, 꽃집, 컴퓨터 수리 업체 등이 등록돼 있습니다.

수백 개에 달하는 랜선 효도 글들을 보고, 한 지자체장이 관내에 있는 가게에 출동했는데요.

X를 통해 구민들과 활발히 소통 중인 것으로 잘 알려진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달 31일 '기미'(氣味) 콘텐츠(?)를 선보였죠. 이렇게 랜선 효도 글로 올라온 상점 가운데 성동구에 있는 곳들을 직접 방문해 후기를 남긴 겁니다. 생선탕을 맛있게 먹고 문구점에 방문해 옛 추억을 회상하거나 닭강정을 박스에 담아 포장하고, 디저트를 싹쓸이(?)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정 구청장은 "어려운 시기에 골목상권의 타격도 커지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염려스럽고 또 송구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자제분들께서 본인의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는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모님의 가게를 알리려 나서셨을지, 그 마음을 짐작해 보면 더욱 그렇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제가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이라 오늘 모든 곳을 방문하고, 되도록 더 많은 분들이 아실 수 있도록 이렇게 기록을 남겨둔다. 어려운 시기, 함께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제 자리에서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타래를 봐 주신 많은 분들께서도 근처 동네 가게, 골목상권에 더욱 많은 애정을 보여주시길 아울러 부탁드린다. 함께 이겨냅시다!"라고 말했죠.

영업난에 고심하는 상점을 직접 찾아 알린, 일종의 '영업 글'이었는데요. 정 구청장은 자신이 방문하지 못한 타 지역의 소상공인을 향해선 위로와 응원의 마음도 보냈습니다.

▲2월 1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월 1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경기 침체·내수 부진 장기화…문제 한둘 아니다

랜선 효도를 통한 진심이 담긴 홍보 글, 이후 전해진 엄마·아빠의 뭉클한 감사 인사는 네티즌의 눈시울도 붉혔는데요. 이 이면에는 자영업자들의 고된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실로 자영업자들은 혹독한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둘이 아닌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입니다. 가성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불황형 소비가 주 트렌트로 자리 잡았고, 국민의 지갑이 닫히니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 문패를 내걸고 있죠.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을 앞뒀던 2023년 1월(549만 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인데요. 심지어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590만 명, 1998년 561만 명,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00만 명, 2009년 574만 명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자영업자 감소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폐업을 선언한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2000명으로 전년(142만 명)보다 1만2000명 늘어난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2만5000명으로 1년 전(426만9000명)에 비해 4만4000명 줄어들었죠.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391만 원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요. 이는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역시 내수 부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도 전년 대비 2.2% 줄었죠.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매출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2%가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는데요. 평균 감소폭은 12.8%였으며, 순이익이 줄었다는 응답도 72.0%에 달했죠.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에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자영업자(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 차주) 수가 지난해 말 기준 42만7000명으로, 2년 6개월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도 소득은 줄고 대출은 더 불어났다는 분석이죠.

영업난에 줄폐업이 잇따르면서 빈 상가 역시 늘어나는 현실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330㎡ 이하)의 공실률은 6.53%였으나 4분기에 6.74%로 올랐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분기(5.6%)보다 1%포인트(p)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임대료가 비교적 더 비싼 중대형 상가의 전국 공실률은 3분기 12.73%에서 4분기 13.03%로 올랐다고 하네요.

▲1월 12일 서울 명동의 한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월 12일 서울 명동의 한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임시공휴일도 반갑지 않다…지난 설 연휴 어땠나

임시공휴일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이 맥락에서 나옵니다.

만우절이었던 1일, 높은 관심을 받은 거짓말 중 하나는 5월 임시공휴일 지정 루머였습니다.

다음 달 1일은 근로자의 날, 3일과 4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입니다. 5일 어린이날은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 6일 대체공휴일까지 쉴 수 있는데요. 이때 금요일인 2일에 연차를 사용하면 6일 연속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최장 6일의 '황금연휴'가 완성되는 거죠.

이에 정부가 다음 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도 6일 황금연휴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올랐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도 정부가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25일~30일까지 6일간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었죠.

다만 정치권에서는 5월 임시공휴일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습니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당정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됩니다. 앞서 임시공휴일 지정설이 등장했을 때도 정부 측은 "해당 안건을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 논의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죠.

누구나 임시공휴일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건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는 건데요. 정작 지난 설 연휴 임시공휴일엔 역대 최대 인원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무부 통계 기준 1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297만5191명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한 역대 최다 수치였죠. 연휴 기간 국내 여행 대신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 급증한 결과로 해석됐습니다.

이에 다음 달 임시공휴일 지정도 내수 활성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되레 임시공휴일 지정의 부작용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산불과 탄핵 정국 여파로 전국 곳곳의 벚꽃 축제 일정이 연기되거나 전면 취소되는 움직임까지 일면서 '벚꽃 특수'를 노렸던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더욱 깊어진 상황입니다. 1일 서울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 역시 기존 4일에서 8일로 개막일을 변경했고요. 서울 도봉구는 4∼8일 예정이던 '2025년 도봉 벚꽃 축제'를 아예 취소했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앞에 경기 침체에 국가적 재난, 정치 불안 요소까지 각종 악재가 산적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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