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도어즈‧배트맨 포에버 등 주연
연기력 뛰어난 ‘악동’으로 평가
인후암 수술 후 작품서 AI 음성 도움도

1980년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에서 ‘아이스맨’이라는 배역을 맡아 잘 알려진 할리우드 영화배우 발 에드워드 킬머가 1일(현지시간) 6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킬머의 딸 메르세데스 킬머는 “킬머가 1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며 원인은 폐렴이라고 밝혔다.
킬머는 탑건(1986)을 비롯해 ‘더 도어즈(1991)’, ‘트루 로맨스(1993)’, ‘배트맨 포에버(1995)’ 등 수많은 영화에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출연, 1990년대에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금발의 미남 배우였던 그는 까다로운 성품으로 감독은 물론 동료 배우들과의 불화가 잦아 ‘악동’이라는 평판을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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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머가 출연한 ‘닥터 모로의 DNA(1996)’ 감독인 존 프랑켄하이머는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하지 않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 킬머와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연기력만큼은 뛰어나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았다. 그를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하게 해준 작품은 1993년 ‘더 도어즈’다. 킬머는 영화에서 전설의 사이키델릭 록 그룹 도어즈의 리드싱어 짐 모리슨을 연기했다. 노래까지 직접 불렀던 그는 생생한 연기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그의 전기에도 킬머는 “명백한 재능과 폭넓은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1993년 ‘더 도어즈’의 짐 모리슨 역을 놀라울 정도로 실감나게 연기하기 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고 나와 있다.
이후 1995년 마이클 만 감독의 범죄 액션물 ‘히트’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했고, 같은 해 배트맨 포에버에서 주인공을 맡으면서 할리우드 간판스타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14년 인후암에 걸리면서 수술을 받아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잃고 이후 참여한 작품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대사를 선보였다.
생전 그는 “암 투병으로 인해 말하는 것이 매 순간 힘든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킬머는 “데킬라를 몇 병은 마신 말론 브랜도 같다”며 “개구리도 아닌 버팔로가 내 목에 들어앉은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1959년 12월 31일 LA에서 태어난 킬머는 연기에 재능을 보였다. 그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운영된 사립학교인 할리우드 프로페셔널 스쿨(HPS)과 뉴욕의 명문 예술대 줄리어드 드라마 학부에 최연소로 입학해 연기를 배워나갔다.
장편 영화 데뷔작은 1984년 ‘탑 시크릿!’이었으며 1986년 처음으로 메가히트작 탑건에 캐스팅돼 아이스맨이라는 콜사인의 해군 전투기 조종사 역으로 인지도를 올렸다. 탑건 속편인 ‘탑건: 매버릭(2022년)’에서 크루즈와 약 40년 만에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