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특허강국 중국의 ‘모방창신’

입력 2025-04-0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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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미국은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권(IP)을 도용하고,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는 오랜 시간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해 가져온 ‘지식재산권 침해국’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렴한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하던 중국의 경제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그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중국은 자체 공급망 강화, 기술 자립도 향상,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다방면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은 중국 경제와 기술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방창신(模倣創新)’이라는 표현처럼, 모방을 발판 삼아 기술과 지식재산 경쟁력을 갖춘 ‘창조자’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지식 재산권 강국 건설’을 목표로 지식 재산권 창출과 활용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관련 제도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자국 내 출원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도 적극적으로 특허를 출원하여 글로벌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국제특허(PCT) 출원 통계에서, 중국은 2019년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PCT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특히 반도체, 통신,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출원 비중이 높다. 유럽특허청(EPO)이 발표한 ‘특허지수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유럽 특허 출원 건수 기준으로 중국은 국가별 4위(한국 5위)이며 전체의 약 10.1%를 차지했다. 미국특허청(USPTO)의 통계에서도, 같은 해 중국은 미국에서 2만8258건의 특허를 등록하여 한국(2만4115건)을 제치고 국가별 3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중국 기업들이 특허 등록률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여전히 중국의 지식재산권 환경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예컨대 특허 출원 건수만 형식적으로 늘리거나 외국 기업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만으로 중국 전체의 지식재산 경쟁력을 폄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특허 출원 증가라는 외형적 수치 뒤에 숨겨진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을 읽고,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고민할 시점이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며, 중국 기업들과의 특허 분쟁, 협상, 공동 연구개발 등 다양한 접점이 불가피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자사의 특허 전략을 보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기술력과 IP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국 변화하는 국제 지식재산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이러한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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