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종합건강보험을 출시한다. 변액보험과 종신보험이 중심이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생활 밀착형 보장'으로 다변화하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나섰다.
신상품 개발을 주도한 한기혁 KB라이프 혁신상품본부장(상무)은 이투데이와 만나 "합리적인 보험료로 고객 인생 주기에 맞춘 전반적인 보장을 담아냈다"며 "이번 상품을 통해 건강보험 시장에서 KB라이프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응용생물화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한 계기로 보험사에 발을 들였다. 이후 23년간 '보험업 외길'을 걸으며 통계와 숫자를 통해 사회를 해석하는 과정에 매료됐다.
한 상무는 "보험 상품은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들이 많다"며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체계화시키고 수치화시키느냐에 대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숫자와 인문학을 결합해야 이상적인 보험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학·통계학적 소양을 갖추면서도 인문·사회학적 감수성을 가지고 상품을 만들어야 고객의 삶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상무는 다양한 인생 경험이 좋은 상품 설계의 바탕이 된다고도 강조한다. 그는 "운전을 해 본 사람이 운전자보험을,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 어린이보험을 더 잘 설계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질병과 건강을 이야기할 때도 통계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수년간 함께해 온 업계 동료들과 가볍게 만나는 자리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감기, 비만, 낙상 등 일어날 수 있는 질병과 사고에 대한 보장도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됐다. 한 상무는 "당장은 사소해 보여 웃어 넘길 수 있는 아이디어라도 시간이 흐른 뒤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맞춰 실제 상품으로 구현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실제 상품이 될 것을 걸러내는 작업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낸다. 그는 "상품 개발팀의 일차적인 고객은 영업 가족들과 마케팅팀 동료들"이라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상품을 개발할 때 내가 가입하고 싶은 상품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질문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내부 직원들이 먼저 공감하고, 가입하고 싶어 하는 상품을 만들 때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상품이 탄생한다"고 했다.
KB라이프는 2023년 1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합병해 출범했다. 현재 △연금보험 △변액보험 △종신·정기보험 △건강·상해보험 △암보험 △대중교통안심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달 공개될 종합건강보험은 KB라이프의 포트폴리오 전략에서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 상무는 여러가지 건강 관련 보장을 하나의 보험 상품에 통합한 보험이다 보니 고객 생애주기 전반에서 든든한 보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시장 진입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건강보험 시장 내 다른 보험사들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이번 상품으로 KB라이프를 고객에게 더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상무는 "이번 상품은 포트폴리오 분산적인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며 "종신이나 변액 중심으로 가는 포트폴리오를 좀 다변화해 오래도록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회사 수익성이나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도 건강보험은 필수적이다. 그는 "건강보험 중심으로 운영된 손해보험사들은 환급형 상품들이 거의 없어 시장 경기 환경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경제가 불안해질수록 건강보험에 대한 고객 요구가 더 강해지고, 생명보험사가 주로 판매해왔던 저축 및 환급형 상품들은 해지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3보험이란 질병, 상해, 간병 등에 관해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손보와 생보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에 손보사와 생보사 모두 판매할 수 있어 흔히 '접경지대'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면서, 회계상 유리한 건강보험 등 제3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손보업계가 제3보험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업권 간 불균형이 큰 상황이다. 제3보험 상품 간 유사성이 높아 시장 개척이 늦은 생보업계가 새롭게 경쟁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비슷한 상품처럼 보이지만 한 상무는 같은 모양의 레고블록이라도 어디에 끼워 넣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손보사는 사망 보장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생보사는 비용 손해나 배상 책임 상품을 만들 수 없다"며 "손보사의 제3보험 영역은 특화 상품이나 틈새시장 중심으로 가야 하지만 생보사는 시니어 플랫폼, 요양 사업, 사망 보장 등까지 연결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보장을 계속 잘게 나누는 것'이 보험상품 트렌드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흐름을 좇아가는 게 과연 옳고 맞느냐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상무는 "다양한 보장과 틈새시장, 또는 생활 보장에 가까운 손보사들은 그 전략이 맞아 보인다"면서도 "생보사는 잘게 쪼개진 보장들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조금 더 사망과 연계된 담보들을 핵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손보사 대비 부족한 통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부분 생보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아 경험 데이터가 부족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가 쉽지 않다"며 "미식별 데이터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열린다면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상무는 보험은 단기적인 수익 모델을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걸쳐 사망 보장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돌아와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그는 "사망 보장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되살려 다시 사망 보장과 연계된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러한 전략이 KB라이프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직원 모두 생보사도 사망 보장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을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