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3.2조원·통상-AI 4.4조원·민생 4.3조 등
22일 국회 제출…"타이밍 중요…신속 통과 당부"
정부가 18일 산불 대응과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등을 위한 12조2000억 원 규모의 이른바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5년 제1회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의 추경은 2022년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59조 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추경은 최근 영남권 초대형 산불과 미국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현안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을 처음 공식화한 지난달 30일 추경 규모를 10조 원으로 제시했지만 이후 산불 피해가 더욱 확대됐고 통상리스크도 커지면서 2조 원 이상 상향 조정했다.
재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자체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 원과 8조1000억 원 규모의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관련 뉴스
이에 따라 올해 총지출은 기존 본예산 673조3000억 원에서 685조5000억 원이 됐다. 전년(656조6000억 원)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총수입은 본예산(651조6000억 원)에서 한국은행 잉여금 초과수납분, 지방채 이자수입 등 1조3000억 원을 더한 652조8000억 원이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84조7000억 원 적자로 본예산(-73조9000억 원)보다 10조9000억 원 적자가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8%에서 -3.2%로 0.4%포인트(p) 증가했다.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 기준(3%)을 웃돌게 됐다. 국가채무는 1279조4000억 원으로 본예산 대비 6조 원 늘어났다.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재원 활용 등으로 국가채무 증가 폭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밑돌았다.
추경안은 △재해·재난 대응 △통상 리스크 대응 및 AI 경쟁력 제고 △민생 지원 △기타(국제행사·국채이자 등)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재해·재난 대응에 3조2000억 원을 편성했다. 특히 최근 영남권에서 초대형 산불 피해 복구 지원에 1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각 부처의 부족한 재해·재난대책비를 기존 5000억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보강했다. 피해 주민의 일상회복을 위해 주택복구 용도 저리 대출 지원, 피해지역 인근 신축 매입임대 1000호 공급에 2000억 원을 배정했다. 산불 추가 복구 소요와 여름철 재해 대응을 위한 예비비도 1조4000억 원 보강하기로 했다. 싱크홀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하수관로·도로 조기 개보수에 1259억 원을 배정했다.
통상·AI 지원에 4조4000억 원을 편성했다. 미국발 관세전쟁 타격권에 놓인 국내 수출기업 지원에 1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관련 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한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특별자금 규모를 1조5000억 원을 늘린 25조 원으로 확충하는 한편 중소·중견 수출기업 관세 애로 해소를 위한 수출바우처 지원 물량도 2배 이상 확대(3290→8058개사)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해 희토류 등 6개 핵심 광물 비축에 2000억 원을 배정했다. 환율 급변동 등 시장 불안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외화표시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 발행한도를 기존 12억 달러에서 35억 달러로 23억 달러 확대하기로 했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에 각각 1조8000억 원, 5000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해 연내 엔비디아의 최신 고성능 GPU 1만 장을 확보하기로 했다. 석박사급 AI 인재양성을 당초 목표 2배 수준인 33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AI 혁신펀드 규모도 기존 9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2배 이상 보강한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적기 조성을 위해 1조8000억 원 규모의 전력망 지중화 사업 기업부담분 70%(1조 원)를 국비 지원할 계획이다.
민생 지원에 4조3000억 원을 편성했다. 내수회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연매출 3억 원 이하 311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50만 원(1조6000억 원 규모)의 영업비용 부담 경감 크레딧을 한시 지원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등 정책자금 규모도 8000억 원을 늘린 2조5000억 원으로 보강했다. 연매출 30억 원 이하 사업자에게 사용한 카드소비증가액(전년대비) 20%를 최대 30만 원 환급하는 1조4000억 원 규모 상생페이백도 신설했다.
저소득 청년 둥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자금 확대, 체불임금 국가 대지급금 지원 확대 등 취약계층 지원에 2000억 원을 배정했다. 추경에 따른 국채이자 등 기타 분야에도 2000억 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GDP 성장률이 0.1%p 성장할 것으로 봤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으로 0.1%p 정도 성장률 상승 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번 추경은 재해, 관세, 첨단산업 지원에 집중돼 순수하게 경기 대응만을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는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경기 진작만을 위한 목적으로 추경을 한다면 소비와 투자 쪽으로 사업 내용이 싹 바뀌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논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급하고 필수적인 항목 위주로 편성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22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소 1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하고 있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을 둘러싼 이견을 얼마나 빠르게 좁혀가느냐가 관건이다. 김 차관은 "이번 추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에서 추경안을 최대한 신속히 통과시켜 주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