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61) 예비 후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 후보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치를 해온 23년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 온 과정이라 생각한다”면서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때 제안했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오세훈 서울시장에게서 계승한 ‘디딤돌 소득’, 군 가산점 제도 부활 등 정치·경제·사회·외교를 망라한 국가 전략을 소개했다.
이번 대선을 ‘체제 전쟁’으로 규정한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이념의 본질은 반시장·반헌법”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세 가지 틀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재명 후보와 정말 잘 싸울 사람은 나경원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 나 후보는 최근 화제가 됐던 ‘드럼통 퍼포먼스’ 배경도 털어놨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에서 차용한 드럼통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후보를 비하할 때 쓰였던 표현이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한 본질을 국민들이 잘 알 수 있게 드러내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많이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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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나 후보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나 후보와의 일문일답.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드럼통 사진이 화제가 됐다. 어떻게 하게 됐을까.
“당근마켓(중고거래 플랫폼)에서 5000원에 샀다. (웃음) 젊은 친구들 아이디어다. 우리 캠프가 가장 젊은 캠프일 텐데, 정말 젊은 사람들에게서 배울 게 많다. 이 퍼포먼스로 사람들이 모르는 이 후보에 대한 공포심을 알려주게 됐다.”
-“이재명을 꺾겠다”고 했는데, ‘어떻게’라는 부분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린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한국 유력 대선 주자의 기본소득 공약은 국가 부채를 급증시켜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가 반시장적이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잘 지적해왔다. 내가 특정 정파의 하명 수사처가 될 것이라 경고했던 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보고서 많은 국민이 사법 체계가 잘못됐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 후보가 (대선 출마 영상에서) 니트를 입고 나와 성장 이야기를 하는데, 그 본질이 바뀌었겠나. 포장지만 바꾸려고 분칠해봤자 안 바뀐다. 이 후보의 이념의 본질은 반시장·반헌법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세 가지 틀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정말 잘 싸울 사람은 나경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에 근접한 것 같다. 그동안은 거의 35%대였다. 이 후보에 대한 본질을 국민들이 잘 알 수 있게 드러내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많이 개발해야겠다.”
-이재명 후보 말고도 “한동훈 후보만큼은 이기겠다”고 했는데, 한 후보와의 연대는 불가능한 건가.
“나중에 누가됐든 최종 후보로 올라가면 결국 ‘반이재명’이라는 텐트 아래서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당내 경선이 시작됐는데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출마설은 끊이질 않는다.
“나중에 우리가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에 놓이면 그런 논의를 할 수 있겠지만, 당내 경선 전부터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당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이슈를 자꾸 제기하는 게 과연 성과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책 파트로 넘어가서, 비전대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디딤돌 소득’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했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과 어떻게 다른가.
“기본소득이 ‘현금 퍼주기’라면 디딤돌 소득은 '자립을 위한 징검다리’다. 무조건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보수의 복지 철학 아닌가.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표면적으로는 포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재정 누수와 노동 의욕 저하를 일으키는 비효율적 현금 살포다.
반면 내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계승한 디딤돌 소득은 일하는 국민을 중심에 둔, 자립 중심형 복지정책이다. 서울시 시범사업 결과만 보더라도 탈수급률 8.6%, 근로소득 증가 31%라는 뚜렷한 성과를 이뤄냈다.”
-신혼부부에 연 1% 금리로 주택 자금 지원, 출산 수에 따라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은 어떻게 설계하게 됐을까.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은 제가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일 때 제안한 정책이다. 헝가리는 지난 10여 년간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주택 대출 정책 등 가족 친화적 정책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고 그 결과 출산율이 2010년대 초반 1.2명 수준에서 1.52명까지 상승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르더헤이 이슈트반 주한 헝가리 대사와 면담했는데, 헝가리는 이민을 통한 노동력 확보 대신 가족 정책을 국가 정체성 수호의 핵심으로 보고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한다.
내가 제안한 헝가리 저출산 모델은, 신혼부부에게 2억 원 주택자금을 1% 초저금리로 20년간 대출해주고, 첫째를 낳으면 이자를 전액, 둘째는 원금의 3분의 1, 셋째는 원금의 3분의 2, 그리고 넷째 이상부터는 원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초기 20년간은 이자 차액 보전에 재정이 소요되고, 이후 원금 감면이 본격화되면 연간 약 12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추계까지 마쳤다. 저출산 대책은 단순한 표 계산의 대상이 아니다. 비용이 아니라 국가 소멸을 막기 위한 절박한 투자다.”
-군 가산점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의 군 가산점 제도와 어떻게 다를까.
“당시 위헌 결정의 핵심은 특정 시험에 일률적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던 다른 국민들의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신(新) 군 복무 가산점 및 지원 제도’는 이런 위헌 소지를 해소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청년들에게 합당한 예우와 실질적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시험 점수를 더하는 획일적 ‘가산점’ 방식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틀 안에서 취업 준비, 학업 복귀, 금융, 주택 마련 등 생애주기에 맞춘 실질적이고 다양한 우대 혜택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국화’를 우려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주권 선언’, 대(對) 중국 상호주의 원칙 확립 등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 생각인가.
“중국과는 서로 교역량이 많아 일종의 협력자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우리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서해 구조물 설치 등 우려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우리가 상호주의에 입각해 좀 더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대선 도전에 임하는 각오 한 마디.
“나는 정치를 해온 23년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 온 과정이라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하니까 나만큼 준비된 대통령 후보도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의정 활동을 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해서 늘 지켜보고 고민해왔다. 대선 출마 결심을 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말도 있던데, 그러면 어떻게 이런 공약들이 나올 수 있겠나. 그동안 누적된 활동으로 이미 모든 것이 정리돼 있다. 잘해보겠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