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직전 한국경제...발목잡을 '지뢰밭' 여전

입력 2009-08-05 13:30 수정 2009-08-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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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 감세에 따른 지표 회복...향후 대응이 더 문제

우리 경제가 각종 경제지표 상으로는경기가 최악을 벗어났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요소는 산적해 있는 형국이다.

표면적인 지표 호전의 원인은 경기 호전이 재정지출과 감세 확대로 인한 정부 역할 강화를 통해 기인했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면밀히 따져야 할 정부의 향후 동력은 많이 소진한 상태다.

확장적 정책 기조로 인한 경기 부양에 따라 1년새 나라빚은 57조원 급증했고 정부는 이미 올 한해 쓸 전체 재정의 65%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했다.

대외의존도가 75%를 넘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상 중국, 미국, 영국, 태국 등 대외 경제 변수의 불확실성도 상존해 있다.

부동산과 증시 과열 등 우려에 대한 시각이 있는 가운데 정부는 시중에 떠도는 과도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에 대해선 경기 수축을 우려할 수 있어 지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을 위해 이제는 정부의 역할보다는 고용, 투자, 내수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만도 않다.

◆ 경기지표 외관상 회복세 뚜렷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원화 강세로 인한 외국인의 사재기로 인해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직전인 1500선을 넘어섰으며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1566.37로 마감하며 연초보다 39.29%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올 4월 0.70%로 플러스 전환이후 지난 7월에는 0.79%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한 서울 강남 3구도 7월에는 1.18%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정부의 수출 진흥 목적에서 인위적 개입에 따른 고환율 정책에 따라 달러당 환율도 1200원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때 2000억달러 유지가 위태했던 외환보유액도 7월 말 237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중 산업활동이 생산, 소비, 투자 모두 전월대비 증가세를 보이는 등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및 부품,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5.7% 증가, 지난 1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 선행종합지수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현재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경기 동행종합지수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은 275억9000만 달러, 수출은 327억3천만 달러로 51억4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총액은 603억1000만 달러에 달해 작년 10월 이후 처음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먼저 플러스 성장을 보인 데 이어 2분기에도 전기비 2.3%라는 예상 밖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고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사상최대를 기록해 실질 국내소득(GNI) 증가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가을이후 올 초까지 해외 유수언론으로부터 줄기차게 제기됐던 '몇월 위기설' 등은 쑥 들어간 상황이다.

◆ 돌발악재 여전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표상 호전은 표면적인 상황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상반기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은 경제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것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등으로 기인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효과와 자동차 감세 효과를 제외하면 전기대비 2.3%를 기록했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0%대로 떨어진다.

그간 확장적 정책기조로 인한 재정건전성 지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차감한 통합재정수지는 2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흑자분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는 51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4조9000억원 적자보다도 오히려 나쁜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36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57조7000억원 늘어나고 내년에는 400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07년 결산 617만원에서 올해말에는 751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소를 위해 적자보전용 국채를 35조5000억원규모의 사상 최대 규모를 발행할 예정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환율은 그간의 달러대비 원저현상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 높은 실적을 보였다면 최근의 원고 현상은 사실상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경상수지의 흑자기조 지속도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실제 7월 수출은 전년보다 20.1% 감소한 327억달러, 수입은 35.8% 줄어든 27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대적 원고 현상에 따른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든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또한 협소한 우리나라의 내수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고용확대가 이뤄져야 하지만 고용은 현재까지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재정으로 버티고 있고 기업들은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의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이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의존도가 지대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대외변수의 불안한 요인도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왔던 중국의 한국산 제품 사재기가 한풀꺾이고 아시아발 IMF외환 위기를 촉발했던 태국이 GDP추이와 최근 달러자금의 급속한 유입이 부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 역시 천문학적인 국채 문제로 인한 뇌관과 캘리포니아 파산위험성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영국 등 EU, 동유럽의 경제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6월에 북핵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CDS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변수가 여전한 상황에서 동유럽의 금융불안 등 국제금융시장의 악재들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솔로몬 지혜 고민 깊어가는 정부

이렇듯 불안 요인이 산재하는 가운데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정부는 우리경제가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으로 하반기에는 재정특수를 기대하기 힘들어 경기회복의 속도와 지속성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에는 무리가 더해질 수 있지만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유가급등과 북핵 등의 불안요소가 있어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시중에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외환 시장에 풀었던 외화유동성을 한국은행을 통해 사실상 회수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급한 565억 달러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436억달러를 지난달말까지 회수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경쟁입찰방식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해 은행에 공급한 자금 103억달러는 오는 6일 전액 회수된하기로 했다. 한은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공급했던 163억 달러도 지난 3월부터 회수에 들어가 현재 80억 달러만 시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연말까지 은행들에게 주문한 부실채권 매각 등도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자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사전 작업이라는 풀이된다.

또 위기대응 차원에서 도입된 한시대책에 대해선 실효성을 점검하는 한편 기한 만료시 무리없이 정상화되도록 준비하고 부동산 등 일부 시장불안 소지에 대해선 계속해서 면밀 점검해 나감으로써 거시정책 운용상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내수 확대의 키워드인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한시적 지원대책인 희망근로(25만명)와 청년인턴(2만5000명) 사업을 제한적으로 연장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에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 조석래 회장은 정치 불안등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기업은 투자가치가 있어야 투자하는 게 생리"라은 입장으로 정부의 투자요구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우려로 시장에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계속 투입하기는 어렵다. 고용증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의 쌍용차의 사태와 비정규직과 관련한 논란에서 보듯 이역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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