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계, 골목상권 갈등 포플리즘 희생양 우려

입력 2009-08-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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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여야 지방상권 지키기 동감...업계 "계획대로 진행"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사업조정 권한이 5일부터 시ㆍ도지사로 이양되면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조정 신청사안에 대해 '사전조정협의회'를 구성, 출점 유예나 영업시간 및 품목 등에 대해 조정 권한을 행사토록 돼 있지만 사실상 허가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다.

이미 조례 제ㆍ개정 등을 통해 대형마트와 SSM 진출에 제동을 걸었던 지자체들이 더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면서 유통업체들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더욱이 대형 유통업체와 지자체의 대결이 SSM에서 벗어나 대형마트로 까지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형 유통업계는 더욱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현 정부가 출범부터 규제 완화 및 철폐 등 '친기업적 정책'을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대형 유통업체의 지방 진출이 지역상권을 저해한다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최근 SSM과 지역 상인들간의 갈등을 두고 '민생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 쟁점화 시킬 계획이어서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유통업계“정치적 희생양 될 수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중기청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사업조정권이 시ㆍ도지사에게 위임됨에 따라 사업 확대에 애로사항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서민경제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기업 자본이 무조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이번 중기청의 'SSM 사업조정권' 이양관련 고시 개정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 갈등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5월말에 전국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선거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이해 관계가 철저하게 표심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결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현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며“결국 정치 논리에 의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희생당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우선은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아직 이번 조치에 대해 회사의 공식 대응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며“우선 지난해 말 세웠던 계획(2010년 2월까지 SSM 100개 개점)대로 진행하면서 해당지역 여론 등의 추이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지자체, 지역 주민·상인 눈치 '이중고'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사업조정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어려움에 놓였다는 분위기다.

지역 상인들 입장을 생각하면 대기업 진출을 최대한 규제하는 것이 맞지만, 일반 주민들은 장보기의 편의성을 들면서 오히려 SSM 입점을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점이 보류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갈산점의 경우, 최근 인근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인천 부평구청에 개점을 허가해 달라는 진정서를 내는 등 같은 지역 내에서도 주민과 상인들간의 의견이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협의회 차원에서 이번 고시개정에 대한 공식입장은 없다”며“각 시도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시도지사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하지만 지역주민과 상인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시도지사들의 고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9월 정기국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관심

정치권도 '민생경제 안정'이라는 명분을 통해 SSM 확산을 정치 쟁점화 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은 5일 민생 회복을 위한 첫번째 대책으로 'SSM의 무차별 확산으로 무너지는 골목상권 회생'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을 당론으로 해 강력하게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와 SSM의 허가제 추진 ▲영업시간 및 품목 제한 ▲유통영향평가 실시 ▲유통상생발전위원회 설치 ▲전통상업보존구역 신설 등 더욱 규제가 강화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도 지역상권 보호라는 원론적 입장에 동의하고 있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통과는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형유통업체들의 사업진출이 더욱 어려워져 SSM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신세계,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사업계획의 전면 또는 부분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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