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2.3% 성장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과연 하반기에도 연착륙에 성공해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호전되고 있는 각종 경기지표들은 지난해 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확장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 뿐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속성상 글로벌 경기회복이 뒷 바침되지 않으면 일시적인 지표상의 호전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 대비 2.3% 성장률은 5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고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3.3%를 기록하며 지난 1분기 0.4%보다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말 이후 6개월 연속 줄었던 신규 취업자도 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시장에서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최근 랠리를 지속중이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국내증시 순매수 유입에 힘입어 1500선을 뛰어넘어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증시 반등을 이끈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7월말까지 국내 상장 주식을 17조원 이상 사들이면서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ㆍ달러 환율은 개선된 경제지표와 국내외 기업실적 호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및 안전자산 투자심리가 완화되면서 빠르게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7월 말 지지선으로 간주됐던 1230원마저 하향 이탈하며 1228.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4일에는 이를 넘어 1218원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금융시장도 예상보다 양호한 기업실적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기지표의 움직임 덕분에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표와 금융시장 회복에 비춰볼 때 외견상으로는 우리 나라의 경기 침체는 사실상 끝난 모습이다.
그러나 속내를 뜯어보면 결코 낙관할 수 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례로 2분기 경제 성장의 주된 배경은 정부의 확장적 정책기조가 이끌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기회복은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2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당시, 2분기 깜짝 성장을 두고 사실상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세금을 깎아주며 새 차를 사도록 해 나타난 착시(錯視)효과 때문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힘은 다름 아닌 자동차"라며 "2분기 성장률 중 0.8%포인트는 승용차 소비 덕분"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30% 감면하고 오래된 승용차를 바꿀 경우 취득ㆍ등록세를 70% 깎아주면서까지 GDP를 끌어올린 셈이다.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일 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분기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2.5%)에 불과하다. GDP 규모로 따지면 겨우 2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 국면이 단기적으로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관측되는 모습이지만 하반기 국내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보인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됐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4분기 GDP는 3분기 대비 5.1% 감소한 것으로(연환산으로 19% 감소), 같은 하반기이지만 경기 성격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하반기 전체보다는 금융위기 이전인 작년 3분기 GDP수준이 경기 회복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의미가 있다"며 "적어도 2010년 2분기는 돼야 지난해 3분기 수준의 GDP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문석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재정의 조기 지출과 감세로 미래의 소비를 앞당김으로써 당초 예상보다 높은 기록을 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우리 경제가 이 정도라도 버틴 것은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덕분이라는 것. 문제는 감세와 재정 지출 약발이 3분기부터 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위기 이후에 대비한 유동성 회수, 이른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확장적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재정 여력은 이미 바닥났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올해 쓸 257조원의 재정자금 가운데 3분의 2(167조원)를 상반기에 집행하면서 올해 하반기에 쓸 수 있는 재정이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90조원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잣대인 잠재 성장률이 얼마나 오를지도 하반기 '더블 딥' 우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는 단기간에 투자와 생산성, 노동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만 보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돌았지만 정책 여력이 소진되는 하반기부터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릴 만한 유인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 지출 효과 감소 이후 최근 살아나는 기업 설비투자와 재고 조정 등이 재차 축소될 경우, 자본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훼손될 수 있어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은 당장의 몰핀(재정 집행)으로 회복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염두해야 한다"며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까지도 잠재성장률 정체가 이어질 수 있어 정책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익 성장세가 지속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통상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기업의 이익이 급증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기임에도 전체 기업의 이익은 증가할 수 있다"며 "다만,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용이 회복되면서 피용자보수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일단은 기업이익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지는 미지수"라며 "과거 더블딥이 있었던 1980년대 초반의 경우 기업이익이 급증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현 상황은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회복 속도와 확장적 정책의 조합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제는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전 연구원은 "이미 과잉 유동성 공급에 딸른 자산시장에서 잠재된 부작용이 수면위로 올라오는 상황이고 빠른 경기회복은 그만큼 긴축을 앞당길 수 있어 떨어지는 성장 모멘텀이 끌어올려야 하는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