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바람전쟁'에 나서고 있다. 풍력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면서 조선사를 중심으로 풍력발전 사업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신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풍력발전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방식은 이원화돼 눈길을 끈다. 원천기술 독자개발을 통해 기술력으로 사업 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방식을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는 육상풍력발전을 비롯해 해상풍력발전까지 풍력발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풍력발전 신규 발주 시장은 올해 30GW에서 연평균 18% 성장해 오는 2013년에는 58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다에 발전터빈을 세우는 해상풍력 발전 시장은 연간 70% 가량의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진출 기업이 적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풍력발전 시장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조선업체들의 진출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미국 CTC의 자회사인 풍력터빈 개발업체 드윈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국내 조선 4사 모두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 발전기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가 풍력발전 사업"이라며 "해양설비 등을 제조해본 조선업체들이 비교적 쉽게 풍력발전 설비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풍력발전의 핵심장치인 블레이드(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와 선박 프로펠러가 유사기술이며 성능을 좌우하는 구동장치 및 제어시스템 또한 선박 건조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드윈드 인수로 신모델 개발을 위해 7000만 달러 정도를 바로 투자할 계획이다. 북미 지역에 생산공장도 설립해 미국 텍사스에 1차로 2㎿급 풍력터빈 20기를 갖춘 풍력단지를 조성하고 향후 420기로 구성된 대형 풍력발전단지로 확대할 계힉이다.
이에 앞서 STX중공업도 지난달 말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하라코산유럽을 240억원에 인수했다. STX는 하라코산유럽이 풍력발전 원천기술과 핵심 특허, 연구개발(R&D) 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기술개발과 마케팅에서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묵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000㎡에 총 1057억원을 투자한 풍력발전기공장이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1.65㎿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600㎿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텍사스에 풍력발전기 3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으며, 오는 2015년까지 풍력발전설비를 800기 생산해 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비조선업계의 풍력발전 사업 진출도 눈에 띈다.
풍력발전시스템 국산화에 나서고 있는 효성은 지난 4월 740㎾급 인증에 이어 최근 자체개발한 2㎿급 풍력발전시스템이 독일 풍력발전 인증기관인 'DEWI-OCC'로부터 국제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2㎿급은 전 세계 대형 풍력발전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제품이다. 효성은 중공업 사업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어박스, 제너레이터 등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아시아 최초로 3㎿급 육해상 풍력발전시스템인 WinDS 3000TM(모델명)을 올 하반기에 개발을 완료하고 201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육상풍력발전 보다는 해상풍력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WinDS 3000TM의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 뒤 국내 설치 및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하반기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동국S&C는 올 하반기 4680만 달러를 투자해 북미공장설립에 들어간다. 동국S&C의 풍력타워 세계시장점유율은 6%이고 미국시장 점유율은 14%다.
또 자회사인 DK풍력발전, 한려에너지개발, 신안풍력발전, 남원태양광발전, 고덕풍력발전 등을 통해 해상풍력 등의 발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투자방식은 이원화돼 눈길을 끈다.
효성,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은 원천기술 독자개발과 함께 국내에 생산공장을 만들어 국산화에 나서는 반면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R&D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인수하는 것은 기업의 사업 전략에 따라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다만 풍력발전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갖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