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대출 놓고 금융당국과 팽팽한 신경전

입력 2009-08-13 11:23 수정 2009-08-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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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은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원.."줄이기 힘들어"

금융감독당국이 시중 은행권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연일 높여가는 가운데 은행권과 금융감독당국간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는 하반기에도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속에서도 은행들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인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자금은 이미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들의 시설투자 부진과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로 은행들의 돈 굴릴 곳이 막힌 가운데 은행의 주력 사업이자 안정적인 수입원인 주택대출 시장 축소는 곧 수익성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을 은행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은행권 자산건전성과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파악하기 위해 42명의 검사반을 파견, 각 은행별로 6명씩 은행권 감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경기회복세가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금리인상은 자칫 경기회복 기대감을 꺾어놓을 수 있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추가로 규제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은행권 검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압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당국의 이러한 주택담보대출 압박에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일단, 주택대출 규제에 맞춰 종전에 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금리 조절에 나서며 당국의 의견을 따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집값을 안정시키고 은행대출 부실 예방 차원의 금융당국의 지도 방침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만으로 은행권 경영평가시 불이익을 가하는 등 일괄적인 '잣대 들이대기'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로 해외 파생상품 등 유가증권 투자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주된 영업 탈출구를 소매금융 시장에서 찾는 마당에 금융당국의 주택대출 자제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권 공통 화두로 부상한 수익성 확보 문제와 은행권 소매금융 사업의 주력 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당국의 옥죄기가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 역시 나름대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순이자마진(NIM)에 힘쓰고 있고 연체율 관리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추진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조장했다는 인식과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당국의 일괄적인 잣대 들이대기에는 아쉬울 따름"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정책지원 축소와 은행권 신용위험관리 강화로 하반기 중소기업 대출 감소가 일정 부문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대적인 주 수입원인 가계대출마저 정부의 규제강화로 크게 축소될 경우 당국이 요구하는 은행 수익성 개선은 더욱 더뎌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소매금융 사업에 여전히 중점을 두고 있는 시중 은행들의 가계 대출 집중 현상에 은행권 경영 검사로 대출 옥죄기에 나설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경우 담보나 보증이 없이는 위험 부담이 크다며 대출을 외면하고 주택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리며 돈을 굴리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의 지난 2분기 영업실적이 개선된 모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은행권 핵심 영업이익 회복세는 미약한 편"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지, 안정적인 주택대출에만 목을 메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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