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유사를 이끌고 있는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증설 경쟁보다는 기존 시설의 경쟁력을 우선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동차 연비경쟁이 가속화되면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정유사로써는 정확한 수요 예측에 따른 전략을 세우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7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 2012년부터 평균 연비를 ℓ당 17㎞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아차가 지난 1월 선보인 2009년형 포르테의 연비가 15.2㎞/ℓ인 점을 감안하면 2012년까지 최소 연비효율이 11% 이상 높여야 한다는 것. 따라서 자동차간 연비경쟁이 불붙으면 휘발유 수요는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일본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는 ℓ당 23.2㎞를 달릴 수 있으며, 미 제너럴모터스(GM)가 개발 중인 시보레 볼트는 휘발유 1ℓ로 100㎞를 갈 수 있다.
구 사장은 "연비경쟁 뿐만 아니라 바이오에탄올·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의 사용 비중도 높아지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석유산업이 살 길이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설 등 외형의 확장보다는 기존 시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 사장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이러한 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증설 경쟁을 할 때가 아니라 (기존 시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SK에너지도) 앞으로 울산공장 등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자의 우선 순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에너지의 최근 사업 내용을 보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천CLX의 중질유분해시설(HCC)에 대한 투자 연기를 통해 증설경쟁에서 한발 물러났으며, 울산공장 내에 있는 한국바스프 석유화학공장 인수 결정과 내년 9월경 예정된 에틸렌 신공정 파일럿 설비에 대한 울산공장 설치·가동 계획 등은 기존 시설의 경쟁력 강화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구 사장은 "현재 시장에서 (석유제품은) 공급과잉 상태"라며 "증설만으로는 살 수 없는 구조"라고 조언했다.이와 함께 SK에너지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전지) 사업이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과 관련 "현재 논의 중에 있으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혀 늦어도 올해 안에 결과나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SK에너지는 현재 외국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납품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내년께 생산시설을 지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2015년까지 배터리 부문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SK에너지는 2006년 국내 화학업체 중 최초로 2차전지 차량 탑재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