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증권사 지급결제서비스에 '몽니'
- 월급통장 유치전쟁..은행권 CMA와 격전 예고
-'은행권 중기대출은 외면..주택대출에만 '열 올려'
-'은행권 금융노사 임금협상 끝내 결렬
- 은행 수익성 뚝..고임금 논란 불거져
이는 시중 은행권이 최근에 보인 일련의 행보와 관련해 주요 언론사들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국내 금융권의 맏형 역할을 자처하는 은행권의 행보를 두고 작성한 낯 뜨거운 기사들이다. 한 마디로 꼴 사나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은행권의 이 같은 모습은 자본시장법 시행과 더불어 올 초부터 증권사들의 지급결제 서비스 시행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 증권사 지급결제서비스와 CMA는 시작에 불과
은행들은 증권사에 지급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의 입법 과정에서부터 이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결제원이 증권사들의 소액지급결제서비스 시작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의 일방적 연기와 결제서비스망 운영과 관련해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도한 회원비를 요구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당시 금융결제원은 증권사들의 소액지급결제서비스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유에 대해 월말 결제수요 집중에 따른 전산 과부하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은행권의 유무형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됐다. 지급결제서비스를 놓고 과도한 참가비를 지불하고서 금융결제원에 가입했지만 증권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결제서비스를 앞세운 증권사 CMA 계좌의 월급 통장 유치전에도 은행권은 증권사에 물리던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지급결제서비스가 시작되기 전 별도의 무인점포를 설치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빌려 쓰면서 건당 300~5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부담했다.
그러나 결제서비스 시행으로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을 통해 영업시간 이후에도 무료로 출금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과 증권사들에 추가로 비용을 수취했다.
몇몇 은행들은 가상계좌발급 수수료를 올리는 모습이고 증권과 은행을 동시에 보유한 모 금융지주의 경우, 계열 증권사가 CMA 신용카드 출시를 앞두고 전산 시스템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계열 은행이 협조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던 은행권이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안정적인 영업 기반에 급격한 변화가 온 것에 대한 나름의 공동 대응 행위"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인사는 "과거 CMA 출시로 인한 '머니무브' 현상을 경험했던 학습 효과가 지급결제 시행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이 같은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나 금융권 전체로 본다면 1금융권으로서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대출 압박에도 '주택담보대출'은 포기 못해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잠재적 부실을 안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여신을 제공함으로써 돈을 떼이거나 연체 우려에 속을 끓이기보다 상대적으로 손 쉽고 안전하게 회수 가능한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여신을 제공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들이 대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개별 은행들의 고유의 영업 방식과 권한 문제라는 점에서 마땅히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다. 당국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칠 뿐 특별한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기 침체 국면에서 우리 경제가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을 위한 금융의 실물 지원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자금배분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이 특정분야에만 자금을 공급한 것에 대한 시장 안팎의 비난은 거세다.
주택담보대출에만 목을 메는 영업 행태를 보인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는 소홀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여신운용 규정'에서 은행에 권고하는 중소기업 대출 비율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원화대출 증가액 가운데 시중은행은 45% 이상, 지방은행은 60% 이상을 중소기업대출에 할애하도록 되어 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35%, 총액한도대출을 받지 않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25%가 적용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실제로 이같은 대출 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로부터 3개월마다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보고받는데, 개별 은행의 위반 내역은 공개할 수 없지만 대체로 경기 상황이 나빠질 때 은행들이 이 비율을 어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답변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도 "하반기 정책지원 축소와 은행권 신용위험관리 강화로 중소기업 대출 감소가 일정 부문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대적인 주 수입원인 가계대출마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은행권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많이 받아'
여타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으로 해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위기속 실적부진으로 적정 임금에 대한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외환은행 등 6개 주요은행의 직원 8만988명은 올 상반기에 1조29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순이익을 1인당 순이익으로 환산할 경우 1594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인당 평균 순이익 6385억원 대비 25%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는 1인당 생산성이 반기 기준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1인당 2731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을 보인 가운데, 우리·외환·신한은행이 2000만원대를 기록했다.
은행 생산성이 이처럼 크게 낮아진 것은 상반기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과 영업환경 악화 및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실적부진에도 이들 6개 은행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1인당 인건비는 3577만원으로 1인당 순이익의 배에 육박했다.
은행원들은 사실상 올 상반기에 급여 등으로 평균 3500만 원 이상을 받고도 절반 수준의 순익도 올리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은행원의 생산성이 임금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적정임금 수준에 대한 논란이 거센 모습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고임금 구조를 둘러싼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과거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 경영진과 노조가 합작해 임금을 너무 높이 올려 놓았던 게 일차적인 원인이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은행권은 현재 고통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노사간 임금 협상이 결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시장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연체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떨어진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안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5개 노사가 참여한 가운데 제6차 중앙노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내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