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5년 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던 우리나라의 전체 가계 빚이 2분기에는 무려 7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09년 2분기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697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1000억원(2.1%)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19조8000억원(5.7%)이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돼 경기회복 기대감과 저금리 기조 지속 분위기를 틈타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신용 잔액의 이 같은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무려 13조8000억원이나 급등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한은은 전했다.
가계신용 잔액을 통계청의 2008년 추계 가구 수(1667만3162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부채는 약 4184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분기의 약 4100만원보다 84만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661조5141억원으로 13조8251억원 늘어났고 신용카드사, 백화점 등을 통한 외상 거래인 판매신용 잔액은 자동차 세제 지원 등의 영향으로 36조2352억원으로 2714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8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전분기보다 3조5000억원 늘었다.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도 저금리 기조 지속과 주택가격 상승 움직임을 반영, 전분기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여신전문기관 대출은 신용카드회사의 대출이 소폭 감소하였으나 오토론을 중심으로 할부금융회사의 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전분기 1조9004억원 감소에서 643억원으로 감소 폭이 축소됐다.
국민주택기금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분기 중 증가 폭이 확대돼, 1분기 7000억원 증가에서 2조1000억원 증가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예금은행 비중은 지난 3월의 60.5%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용협동기구와 여신전문기관의 비중은 각각 18.0%와 4.5%에서 18.1%와 4.4%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주택용도 대출이 전분기의 44.7%에서 47.8%로 3.1%포인트 급등한 반면 소비 등 기타 용도 비중은 같은 긱단 55.3%에서 52.2%로 3.1%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가계대출 잔액이 290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1000억원 급등, 전분기 증가 폭 4조원을 상회했다.
비수도권 가계대출 잔액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영향으로 110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5000억원 감소에서 1조1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여신전문기관을 통한 판매신용 역시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전분기 3조9000억원 감소에서 2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이 가운데 판매회사의 판매신용도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노후차 교체시 취득세와 등록세 인하 효과가 약 1000억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조정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증가 속도라면 향후 가계부실 위험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