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푸른 하늘에 행복의 연을 날립니다"

입력 2009-09-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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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김종원씨, 선박 건조 현장 근무와 문학, 전통연 활동 1인 3역의 삶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조선업 근로자가 1인 3역의 삶을 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우해양조선에서 조선소내 안전작업대 설치 업무를 맡고 있는 김종원(60)씨.

김씨는 전통 연 기능 보유자이면서 최근 18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지난해 정년퇴임을 맞았지만 정년 연장 프로그램으로 은퇴를 미뤘다.

원양선 선원생활, 직물공장, 합판제작 등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지난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김씨. 대기업에서 큰 포부를 펼치겠다는 희망을 안고 거제에 왔다고 운을 뗐다.

그가 크고 거대한 선박 건조작업 중 맡고 있는 일은 작업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서 안전한 작업을 돕기 위해 설치하는 작업대 설치작업이다. 선박을 완성하는 수많은 과정 중 돋보이는 작업은 아니지만 높은 선박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을 위해 길을 내는 작업이며, 동료들 배려하는 마음이 깃든 작업이다.

수십척의 거대한 선박이 건조중인 조선소에서 작은 체구의 김 씨가 시인이자 전통연 기능 보유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4년 ‘현대 시문학’으로 등단해 2006년 창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대시문학 경남지부 회장, 한국 문인협회회원, 거제문인협회 이사 등 그의 명함에는 다소 화려한 직함들이 여럿 기록돼 있지만 소탈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본업은 대우조선해양 안전작업대 설치 분야의 27년 베테랑 근로자다.

4~5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블록을 오르내리며 하는 작업이 고되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시름을 덜었다고 김씨는 소회했다.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통영에서 연 만들기 계승자로 이름난 이양재씨의 사사를 받으며 연 만들기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27년째.

풍부한 경험과 감각으로 건조되는 조선 산업과 0.01도의 각도만 틀려져도 무게중심을 맞출 수 없는 연의 살대를 붙이는 작업은 많이 닮아있다. 연과 선박 모두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선박건조작업 일선에서 물러나면 어린이들을 위한 연날리기 강좌 등을 열어 전통연 맥 잇기에 힘 쏟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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