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일가 회사 기회 유용으로 개인의 부(富) 축적"

입력 2009-09-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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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硏 "정의선 7500억, 최태원 5300억 증식" 지적

경제개혁연구소는 3일 국내 21개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일가 71명이 회사기회 유용을 통해 증식한 개인적인 부(富)의 규모가 3조571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기회의 유용이란 회사의 등기이사가 장래 또는 현재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이날 내놓은 '회사기회의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71명의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기회를 유용해 증식한 부의 규모는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총 3조5712억원이고, 이들이 애초 투입한 4970억원에 비하면 투자금액 대비 7배에 달하는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이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글로비스를 통해 얻은 6445억원의 이익을 포함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총 7520억원(시장상대가치 기준 7628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 C&C를 통해 얻은 순자산가치 기준 4976억원(시장상대가치 기준 7316억원)의 이익을 포함해 총 순자산가치 기준 539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경제개혁연구소측은 설명했다.

이 외에도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두 딸인 강정연·강경림씨는 STX건설이 2008년 계열사 매출이 급증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약 720%가 증가한 725억원을 달성하면서 시장상대가치 기준으로 주식가치가 급증해 부의 증가액 상위 10인 안에 새롭게 포함됐다.

소속 기업집단별로 회사기회 유용을 통한 부의 증가액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역시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의 증가액이 1조2102억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전체의 33.89%를 차지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3차 보고서'에서 회사기회의 유용 행위로 제시된 사례 중 자료확인이 가능한 43개 회사와 관련된 21개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일가가 벌어들인 이익을 산출해 작성했다.

조사 기간은 기업집단별로 다르지만 회사기회의 유용이 발생한 때부터 평가기준일(2008년 말)까지며 '부의 증가액'은 현재 보유 중인 주식 평가액에 배당금과 주식매각금액을 더하고 주식의 최초 취득금액을 빼는 식으로 산출했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회사기회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가 재벌그룹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회사와 소액주주들이 지배주주 일가가 일가가 이득을 본 만큼 손해를 입은 것"이라며 "지배주주 일가와의 거래에 수반되는 법률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규율하는 이사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등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의 기회 유용 사례에 대해 부당이득의 반환 등 원상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에서 회사기회 유용 금지 조항을 명문화하는 등의 규율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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