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DTI 규제 효과 논하기엔 다소 일러"

입력 2009-09-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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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위주로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부동산 버블 경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진 결과 금융당국은 최근 강력한 부동산 금융규제를 내놨다.

지난 7일부터 수도권 전역으로 DTI 규제가 확대 시행됐다. 집의 담보가치가 아닌 대출 원리금을 갚을 능력에 따라 대출액을 결정하는 DTI 규제가 옛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8월 이후 재차 선보인 것.

당장 시중 은행에는 대출 예정자들의 질문이 빗발치는 상황이고 대출액 감소에 따른 주택구매력 저하로 거래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집값 상승세 확산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현재 주를 이루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증가세가 과연 꺾일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현재 뜨겁지만, 정작 DTI 규제 카드를 꺼낸 금융당국은 시장과 달리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금융감독원 10층에서 만난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기자와 첫 만남에서 "DTI 규제와 관련해 지난번 브리핑 당시 할 말은 다해, 더 이상 말할 게 없는데 뭐가 또 궁금하시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재성 부원장보는 "그동안 계속해서 증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자 지난 7월 LTV(담보인정비율)를 50%로 낮춘데 이어 2개월 만에 다시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며 "종전 강남 3구에 40%로 적용되는 DTI를 지난 7일부터 수도권 비투기지역 은행권 아파트 담보대출에 확대 적용한 것 말고는 현재 변한 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주 부원장보는 "개인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빌려쓸 수 있는 돈을 보다 줄이고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추가적인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논리와 함께 금융당국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목적도 중요하게 점검해야 할 목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저금리, 금융시장 상황 개선, 경기회복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자산 가격의 비 정상적인 급등이 자칫 가계신용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고민이 그대로 반영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상반기에 700조원까지 증가한 가계신용의 확대는 가계부실이 경제 전체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인 만큼, 당국의 이번 DTI 규제 도입의 근거는 충분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DTI 규제의 수도권 전역으로의 확대 시행에 따른 현재까지의 시장 반응이 어떤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 여부와 이에 따른 효과를 당장 논하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고 답변했다.

주 부원장보는 "현재 시점에서는 DTI 규제 확대 시행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 여부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국이 은행들에 권고한 자발적 리스크 관리 방안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DTI 규제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 채무부담 능력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불안 우려가 재차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

한편, 현재 시행되고 있는 DTI 규제가 원인에 맞는 처방이 맞냐는 일각의 비판과 더불어 은행권 금융규제에 따른 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와 관련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주 부원장보는 "지난 1년간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나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은 재건축단지, 강남지역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 수도권 전 지역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 조짐은 보였지만 급등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현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정책적 대응보다 미시적 대응을 통한 집값 안정과 가계부실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수도권지역에 대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현재까지 일각에서 우려하는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최근 일부 고객들이 부족한 대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고 대출 한도를 늘리려는 고객 문의가 실제 대출 실적으로 크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발언이다.

주 부원장보는 "실제 모자한 주택담보대출 자금을 메우고자 신용대출을 받아 채우려는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주 부원장보는 "이번 DTI 규제가 부동상 시장의 과열은 진정시키되, 가계부실의 추가 악화와 경기회복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한 정책인 만큼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금융정책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 일리노이 Urbana Champaign 대학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1년 한국은행으로 입사해 금감원 감독1국 과장과 총무국 비서실장, 복합금융감독실장, 신용감독국장, 총괄조정국장, 변화추진단 부단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주 부원장보는 은행감독분야를 두루 섭렵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변화추진단 부단장을 역임해 은행감독부문의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는 게 사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과거 은행감독원 감독기획국 경영관리과장(현 건전경영팀장)을 지내며 금감원에 현존하는 은행 건전경영감독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폭 넓은 감독 노하우가 돋보인다는 안팎의 평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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