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한은법'개정안 첨예한 격돌

입력 2009-09-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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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Vs.한은 입장 평행선...의원들 정부 질타

기획재정부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기관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 시점에서는 개정이 필요치 않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재정부와 한은 수장간에 첨예한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은법 개정안이 현재로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에 대한 정부에 대해 집중 질타를 가했다.

이날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재정부 윤증현 장관은 "세계 금융시장이 불확실한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어려운 시기에 한은법 개정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윤증현 장관은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에 관한 문제, 출구전략 문제, 가계부채 증대 문제 조직적으로 착실하게 대체하고 있고 정부의 노력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이 어려운 시기에 한은법을 논의해야 하는가는 의구심이 든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며 덧붙였다.

앞서 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그리고 예금보험공사 등 5개 기관 간에 ‘정보공유 활성화 및 공동검사 개선에 관한 양해각서(MOU)’가 체결한 바 있다.

윤 장관은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공유 확대와 한은의 검사권 강화는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한은법 개정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논의가 마무리된 뒤 내년 중 다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은 이성태 총재의 의견은 분명히 달랐다.

이성태 총재는 "한은법 개정과 관련해 앞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1년여 이상 이 문제를 논의해온 만큼 현실적으로 법개정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이번 정기국회내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정 필요성에 대해 그는 "불확실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한은이 필요한 정보수요는 자꾸만 변하고 있고 새로운 형태의 정보가 상황에 따라 계속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MOU체결로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MOU는 기존 상황이나 이미 만들어진 정보를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시시각각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금융권 유동성 지원, 장기자금 간접적 지원 이라든지 미리 안을 만들어 놓고 한은에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제안받고는 한다"며 "안 참석하면 한은은 뒷짐을 진다는 비난을 받고 참석하면 일종의 거수기와도 같은 상황에 참여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적극 참여하고 기민하고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총재는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재정위 경제소위가 의결한 한은의 설립 목적조항에 ‘금융 안정’명시와 금융기관 서면과 실질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의결안과 관련 국회 논의를 통해 한은법을 개정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한은법 개정을 반대하는 재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고 질타를 가하며 한은의 입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금융위기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간의 합의가 잘 안된다는 입장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정부의 입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부와 한은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것으로는 협의가 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한은법 개정문제는 국회에 전적으로 맡겨달라. 기관간 합의가 안되는 것은 합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의원은 "이런 소리를 여기서 할 것은 아니지만 윤 장관도 언제까지 장관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장관의 생명도 짧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금융위기 속에 국제적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기능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외환위기가 나타났을 때 정부가 수차례 경고가 나왔음에도 막바지까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리먼브러다스 파산 때에도 정부가 허둥지둥 댄 바 있었던 점을 정부는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회가 한국은행보고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라고 하는데 금융에 대한 전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행이 현재와 같이 정보가 차단된다면 퀄리티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국제 결론나는 것을 보고 하겠다는 입장은 도대체 심각성과 시기를 모르는 것 밖에 안 비쳐지며 자세가 되어먹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소득계층별 분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자료를 분석해내는 정부부처와 기관이 하나도 없다"며 "출구전략도 논의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제시하는 곳도 없는 가운데 정부는 막연히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가 왜 걱정하는지 무엇을 하는지를 내놓아야 될 것 아닌가. 이러한 내용을 국회도 공유하고 한은도 공유하고 학계와 전문가들도 제공받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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