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외면한 서민 위해 10년간 ‘2兆’ 지원

입력 2009-09-17 17:00 수정 2009-09-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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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내달부터 소액 신용대출 취급기관 전국 확대

정부가 그동안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를 하기 어려웠던 저소득ㆍ저신용자에 대한 무담보 대출, 이른바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딧)'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현재 무담보ㆍ소액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미소금융중앙재단(가칭)'으로 확대 개편하고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저리(低利)의 소액 신용대출 사업을 미소금융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미소금융사업 수행 법인을 전국 200~300여개로 늘리고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정부가 이날 제31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현재 소액 서민금융재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소액 신용대출 사업이 경기침체로 크게 늘어난 서민금융 수요를 충족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판단, 서민의 원활한 자활지원 방안을 마련하자는 논의 끝에 이 같은 방안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이는 무엇보다 정부가 자활의지는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층이 이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 전통적 서민금융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결정으로 보여진다.

제도권 금융의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무담보 소액대출인 '마이크로 크레딧'이 민간에 의해 지난 10년전부터 도입돼 서민 금융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서민들의 자활 지원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와 민간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 규모의 미흡, 전달 체계의 비효율성에 따른 중복 지원, 적은 수의 수행기관 등으로 인한 서민의 접근성 제약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금융위는 이에 금번 미소금융중앙재단 설립을 통한 서민금융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면서 저소득ㆍ저신용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자 소액 신용대출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대책을 강구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소금융사업 법인 연내 200~300개로 확대

이번 소액서민금융재단의 확대 개편으로 설립되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은 마이크로 크레딧의 중추적 기관으로 활용, 정책방향 및 사업 가이드라인 설정 미소금융 수행법인에 대한 자금지원 및 컨설팅 교육훈련과 지원정보의 통합관리 등을 총괄하게 된다.

아울러 지역별 미소금융수행 법인 및 지부 설립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200~300개의 전국적인 마이크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소금융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의 경우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부터 초기에 대출재원 및 일정 수준의 운영비를 지원 받아 직접 대출 및 회수, 자활컨설팅, 상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미소금융법인은 지역내 사회공헌도가 높고 사회봉사의지가 있는 대표자 1명, 직원 2~5명으로 구성하고 단계적으로 지역 법인을 늘려나간 뒤 전국적인 네크워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실적이 우수한 법인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하고 저조한 법인에 대해서는 지원을 축소해 사업의 효율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재원 마련은 재계 기부금과 금융권 기부금으로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미소금융사업의 재원은 정부가 재정을 뒷받침하는 게 아닌 민간 출연 기금을 통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향후 10년간 총 2조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는 재계 기부금 1조원과 휴면예금 출연금 7000억원을 포함한 금융권 기부금 1조원을 합해 지원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방식으로 금년중 약 3000억원의 기금 조성이 가능하다며 9월 현재 기 출연액 2000억원 외에 향후 10년간 매년 500억원 가량 출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재계와 금융권 등도 희망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설립운영토록 하고 기부금 등을 해당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재계 및 금융권 등이 미소금융재단에 지정기부한 자금을 배정받아 직접 자율성을 갖고 독자적으로 사업 수행을 할 수 있다며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세법상 특례기부단체로 지정한 만큼 해당 사업에 동참하는 재계와 금융권에게는 세제 지원을 약속했다.

미소금융 사업을 통한 마이크로 크레딧 대출은 크게 영세사업자 운영자금, 전통시장 상인대출, 창업자금, 공동대출, 사회적기업 지원자금 등에 이뤄질 전망이다.

대출한도는 지원 내용에 따라 작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1억원까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금리는 시장금리(현 5%) 이하로 적용한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금융위측은 전했다.

상환 기간은 지원 내용에 따라 1~5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단, 기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자의 대출 내용과 달리 거치 기간은 무이자로 운영된다.

◆ 향후 10년간 최대 25만 가구 이상 저소득층 혜택 기대

금융위는 이번 미소금융 사업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약 20~25만 가구 이상의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필수라며 재계와 금융권이 저소득층의 자활 지원을 위한 자금을 기부하고 직접적인 미소금융사업을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밖에 금융위는 미소금융지점 대표자, 금융사 퇴직자, 청년 자원봉사자 등이 미소금융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부와 봉사문화의 사회적 확산으로 봉사문화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미소금융사업 추진과 관계 없이 서민 영세자영업자의 금융 이용 기회를 보다 확대하고 불법 사금융시장을 대체하는데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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