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LG데이콤과 파워콤 합병이 올해도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이자 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 회사격인 LG데이콤의 수익구조가 한계에 이르면서, 통합을 해도 시너지 효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영업ㆍ당기순이익 하락,'내부의 벽'존재
지난 1분기 매출은 4327억원, 영업이익 714억원, 당기순이익 550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6%,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 53% 증가한 수치로 1분기 실적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올렸다.
특히 영업이익은 분기기준으로는 처음으로 700억원을 넘어섰고, 이는 최고 기록이던 2007년 1분기 영업이익보다도 4.5%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전년 동기 대비로는 상승했지만, 700억원 이후 한계점에 도달하며 다시 650억원 밑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 2분기 매출의 경우 4627억원으로 직전 분기 보다 6.4% 상승했지만, 영업이익 630억원, 당기순이익 458억원으로 각각 11%, 20% 하락했다.
3분기는 번호이동과 경쟁사간 과열 경쟁, 휴가철 비수기 등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파워콤과의 합병은 자칫 규모에 비해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내부의 벽'에 봉착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내년 4월 합병설 '눈 가리고 아웅'
현재 데이콤-파워콤 합병은 올해를 넘기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내년 4월 안에 무조건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외부의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걸림돌이 되는 한전이 보유한 파워콤의 38.8% 지분 처분이 예상보다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초 한전 뿐 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지난 7월, 한전이 파워콤 지분의 절반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합병에 급물살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대주주격인 데이콤은 주식 매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금까지 주식 매입을 신청한 기업이 없다는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데이콤이 현재 상황에서도 대주주인 만큼 현금 지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추가 지분을 보유할 의사가 없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데이콤 내부에서 조차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합병의지를 내비치고 있음에도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데 대한 경영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한전이 지분 절반을 매각하더라도 LG데이콤 보유지분과 합치면 전체 주식의 60.3%로 합병 추진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며 “LG데이콤이 합병 시기를 늦추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외부에는 합병 추진을 통해 주가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보이고, 내부에서는 한전이 내놓은 지분을 인수할 적임자를 물색하며 현금 지출을 최소화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 한 연구원은 “LG데이콤 2대주주인 한전이 장부가 이상을 고수하고 있고 LG 역시 주식교환을 원하는게 걸림돌”이라며 “한전은 빠른 시일 내에 지분을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고 LG측도 현금 지출을 원하지 않으므로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