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이 4분기부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외 전문기관에서 잇따라 나오고 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T 수출이 지난 9월 122억달러를 뛰어넘으며 역대 세번째 규모를 기록했고 자동차 수출의 경우도 지난 9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반전했으며, 농식품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겠지만 세계경기의 회복이 더딘데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엔화가 변수로 남아있어 아직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기관 4분기 수출 전망 청신호
정부는 4분기부터 세계 및 국내 경제의 회복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10월에도 9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불황형 흑자는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되고 4분기 전체로는 수출입이 모두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4분기 수출 전망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며 정부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코트라는 최근 해외바이어 18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코트라-세리(SERI) 수출종합지수’가 54.0, 2010년 1분기는 61.9를 기록, 수출회복세가 확산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코트라-세리지수’는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주문 동향, 국산제품 가격 및 품질경쟁력, 수출경기에 대한 각각의 지수를 가중평균해 산출, 수출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것으로 지수가 50이상이면 수출이 전분기 대비 호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코트라가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공동으로 국내최초로 수출전망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수출상품의 실수요자인 해외바이어의 기대치를 반영했다.
수출입은행은 ‘2009년 4분기 수출전망’자료를 통해 국내 올 4분기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0%내외를 기록하며 1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4분기에 수출경기판단의 기준이 되는 수출선행지수가 3분기 114.1에 비해 2.6% 상승한 116.6을 기록하며 개도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미국의 빠른 경기 회복 기미, 수출 단가의 상승 등으로 수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재우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수출여건에 대한 전망을 지수화한 수출업황전망지수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올 4분기에는 수출경기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산업도 수주가 증가하는 등 수출회복 가능성이 높아졌고 선박 또한 안정된 인도스케줄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투자은행(IB)인 일본계 노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수출증가율이 10월 플러스로 전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수출증가율 플러스 전환 근거를 세계 경제의 회복세, 가격경쟁력 있는 원·달러 환율 수준 등을 제시했다. 노무라는 또 1170원대까지 하락한 환율도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HSBC는 국내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기를 오는 11월로 예상했다.
HSBC는 대외수요의 회복에 따른 비 선박부문 수출 개선추세로 11월부터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수출이 10월부터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에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내달부터 수출증가율 개선 추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도 모건스탠리와 의견이 같았다.
▲ ‘반도체, 조선’ 맑음...‘자동차, 건설’ 흐림
4분기 반도체, 조선업종은 호조가 예상되는 반면 자동차, 건설, 기계업종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주요 업종의 3분기 실적 및 4분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라 수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48.7% 증가한 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호조가 예상된다.
조선업종 역시 고부가 선박 출하 증가로 작년에 이어 수출 1위 품목(09년 544억달러)에 오를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동차는 일부 세제혜택 종료 등 유인효과가 감소해 내수판매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 기계 업종 역시 공공 건설 상승세 둔화, 일반기계업체들의 투자여력 부족으로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제품 중심으로 판매 회복세가 기대되는 전자업종과 조선용 강재수요의 꾸준한 증가세 속에서 신차출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철강업종은 내수, 수출 모두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년실적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반도체는 4분기 생산과 수출 모두 전년 동기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PC, 핸드폰 등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국내기업의 메모리 시장점유율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선업종의 경우 4분기에도 수출과 생산(건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속적인 건조공정 개발로 생산(건조)부문은 작년 4분기 대비 34.2% 늘어난 43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고, 조선용 후판가격의 하락세에 힘입어 조선업계의 채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4분기 수출부문도 전년 동기대비 18.3% 상승한 15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조사되어 연간 조선업종 수출실적은 작년보다 26.1% 증가한 54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개별소비세 인하, 노후차 세금감면 등 지원정책의 효과로 내수 회복세를 보였던 자동차 업종은 일부 혜택의 종료와 유인효과 감소로 4분기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2분기 36만대로 정점을 찍은 자동차 내수판매가 4분기에는 26만대 수준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서도 소폭 하락(-0.7%)할 전망이다. 높은 유류가격이 구매심리를 위축시키는 반면 하이브리드카 등 최근 출시되고 있는 신차의 판매성과에 따라 실적이 일부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또 3분기 경기부양 효과로 14.8% 공사수주 증가를 기록한 건설은 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4분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 전체공사수주액은 약 4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4.5%)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 중 공공부문은 호남고속철도, 4대강 개발사업 등의 본격 추진으로 전년 동기대비 7.5%의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재정조기집행의 여파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 수출, 생산 전부문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계업종은 4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부문은 발전 등 공공부문 기계수주 증가와 일부 수요산업의 가동률 상승이 예상되지만 중소 일반기계업체들의 투자여력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 세계 경제 회복과 원달러 환율 변수
전문가와 기업들은 국내 수출이 4분기 증가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추가적 불안이나 원달러 환율의 하락속도, 엔화 변수 등이 불안요인으로 항상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1248.90 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8일에는 1167.00원을 기록하며 40여일만에 81.9원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연말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하락해 1000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4분기에는 1180원대로 마감하고, 내년 환율 평균은 1130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IBK투자연구소 윤창용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달러 약세의 흐름 속에 원화 강세가 전개돼 달러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 압력은 올해 계속될 전망”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중이며 1100원대 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전문가들과 환율 하락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환율 전망을 토대로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LG전자는 환율 전망치를 3분기 1200원대, 4분기 1100원대로 잡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대부분 올해 4분기에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 IB는 내년 연말 1000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입업체에는 호제로 작용하지만 수출기업들에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엔화 움직임도 수출 기업들에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된다.
최근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엔고가 수출기업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한 상황이라 엔고추세가 주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이 엔고 지지 발언을 거두고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내비치며 엔고 현상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지만, 원엔 환율은 더 직접적으로 수출 증가율에 영향을 준다”며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나며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는 아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아시아 경제의 긍정적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과연 아시아 경제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될 능력이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S&P는 보고서에서 “경기부양책 시행으로 발생한 시장 왜곡이 향후 아시아 경제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고 내수중심으로의 경제구조 전환도 쉽지 않다"며 "왜곡을 불어올 수 있는 부양책 역시 아직은 거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P는 “최근 고수익을 좇아 아시아 지역으로 몰리고 있는 글로벌 자금은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원자재값 하락 역시 아시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석 수석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금융부실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여서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충격이 금융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물경제 회복이 본격화 되지 않은 상태여서 고유가 및 자원가격 앙들이 세계 경제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실물경제실장은 “수출의 경우 실물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세계 실물경기는 이미 충분히 나쁜 상황을 보이고 있어 최대 위협 요인은 ‘제2차 금융위기’가 될 것”이라며 “금융의 경우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선박과 해운 등 경기후행산업들의 부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금융시장의 부실이 다시 한 번 불거진다면 수출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