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 급물살 탈까?

입력 2009-10-09 16:20 수정 2009-10-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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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매각 되더라도 경영권 유지·특혜 시비 등 현안 산적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주간사가 인수전에 단독 참여한 효성에 채권단 보유 지분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이닉스 매각작업이 뜻밖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레딧스위스·우리투자증권·산업은행 등 하이닉스 매각 주간사는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28.01% 모두를 인수 희망자인 효성에 일괄 매각하지 않고 15~20%만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한층 더 커지게 됐다. 매각 방식에 변화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인수자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적정선까지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데 일정부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채권단 일각에선 매각이 불발되는 것보다 차라리 분할 매각이 낫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도체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막대한 설비투자도 필요한 업종 특성 때문에 국내 대기업 가운데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기업이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매각 주간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으나 매각 대상 지분 중 일부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효성측에 제안했다"며 "효성도 이 같은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지분 일부만 매각한 뒤 남은 지분을 보유한 채 하이닉스 새 주인의 우호세력으로 남는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매각 대상 지분 전량을 팔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효성이 예비입찰서 제출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제안을 해 온다면 그 때 주주들과 타당성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선을 그렀다.

채권단은 다음주에 효성으로부터 예비입찰제안서를 받아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반면 효성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로는 인수의지를 밝힌 인수의향서를 냈을 뿐"이라며 "아직 명확하게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다방면에서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애초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응찰했을 때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올 상반기 말 현재 그룹(금융계열사 제외)내 현금성 자산이 3000억원대에 불과한 효성이 과연 자금조달 능력이 있겠냐는 부정적 시각이었다. 하지만 분할 매각으로 방향이 틀어지면 효성의 인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초기 인수부담이 줄어 효성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며 "M&A가 성사된다면 8년간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채권단을 통해 경영이 이뤄진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할 매각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효성으로써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효성이 적은 부담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더라도 향후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영에서 채권단 영향력을 얼마 만큼 배제시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다 특혜 시비로 불거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분할 지분매각안을 과연 받아들일 것인지, 효성의 인수자금 여유가 얼만큼인지, (효성이) 분할 지분매각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경영의 독립권 확보와 함께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등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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