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의 '조사 거부'를 이유로 60억대 리베이트 수수사건에 대한 후속조사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사건조사를 중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곽정숙의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2008년 11월 대전지법 논산지원 판결문 및 대전지검 논산지청의 수사 자료를 분석해, 논산 소재 B병원이 2003년 3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총 약제비 중 20%인 10억9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과징금까지 합하면 60억원 규모로, 단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규모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논산 B병원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장부상의 구입가격보다 싸게 의약품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심평원은 2006년 이후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2008년 11월 4차례에 걸쳐 B병원을 직접 방문했으나, 병원장이 조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후속조사를 진행하지도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지 방문조사는 법률에 근거해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이 조사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병원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심평원은 조사를 거부한 B병원에 징계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를 중단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 후속조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사건조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게다가 심평원이 매년 실시하는 실거래가 방문조사, 부당청구 현지조사 등 2009년도 정기조사 때에도 B병원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곽의원은 복지부도 B병원 리베이트 조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60억 규모의 사상최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지난 7월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부당이득금 환수 조치와 과징금 부과 조치만 시행했을 뿐, B병원 후속조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곽의원의 설명이다.
현재 B병원은 복지부의 행정처분 시행에 대해 과징금을 삭감해달라는 내용으로 8월 27일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행정심판을 접수받은 총리실은 9월 8일 복지부 과징금에 대한 행정처분 집행을 정지시켜놓은 상태이다.
곽정의원은 “심평원이 사상 최대규모의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덮으려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을 감시해야할 심평원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이 조사를 거부한다고 해서 리베이트 조사를 하지 못한다면 복지부, 심평원이 수행하고 있는 병원감시 시스템은 사실상 무력화 되는 것”이라며, “현재 전국 7만 여개 의료기관 중 연간 1천개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지조사 비율을 더욱 확대ㆍ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