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에서 올 초에 이어 또다시 같은 지점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해 금융권의 내부통제시스템과 금융당국의 검사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초 2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동일한 신한은행 강원지역 한 지점에서 출납을 담당하던 은행 금고관리 직원이 최근 6개월간 금고에서 모두 3억6000만원의 돈을 빼내 도박 등에 탕진한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직원이 6개월 동안 금고에서 돈을 빼냈지만 내부 직원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돈을 횡령한 직원이 도박 등으로 돈을 탕진하고 잠적하자 뒤늦게 은행 측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 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은 자체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고 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권의 횡령 및 유용금액이 지난해 연간 횡령 및 유용 금액을 60%이상 웃돌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금융사고 금액은 지난 2006년 429억원에서 2007년 492억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56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330억원을 기록해 연간으로 사상 처음 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 국내 은행권에서 횡령 및 유용사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6월까지 국내 은행의 횡령 및 유용 액수는 310억원을 기록, 지난해 연간 횡령 및 유용 사고금액(189억원)보다도 64%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국내 은행의 횡령 및 유용 액수는 400억원을 넘어서면서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권 금융사고 금액도 2006년 222억원에서 2007년 374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9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올 들어 6월까지 253억원을 기록, 연간 기준 종전 최고치인 2007년 374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금융권 횡령사고가 매년 늘어나는 것에 대해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고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회사들의 내부관리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통제제도가 시행된 이후 횡령사고의 빈도와 액수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사전적 관리의 개념이 적용된 내부통제제도보다 실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중점 두고 있는 사후적인 조치보다는 전사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거래에 대한 리스크를 평가, 예방 및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체계 및 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 검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문점도 제기됐다.
시중은행 한 관게자는 “이번에 횡령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올 초 금감원에서 특별검사를 실시한 곳이지만 또다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라며 “금감원의 상시감시 및 검사체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