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요사업 '새판짜기' 분주

입력 2009-10-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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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간 합병 통해 사업 조정...중소형 M&A로 사업 다각화 등 각양각색

국내 주요 그룹들이 주요 사업 부문을 재배치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룹내 계열사간 사업 조정을 통해 회사들을 합치거나 쪼개는 방식을 추진하거나 비교적 자금이 덜 드는 중소형 인수합병(M&A) 방식 등 방법도 다양화되는 모습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를 내년 1월 '삼성SDS'로 통합키로 하는 등 계열사간 사업 조정에 나섰다.

삼성SDS의 삼성네트웍스 흡수는 일찌감치 예정돼 있던 것이란 점에서 쉬운 것부터 손을 댄 셈이라는 게 재계의 반응다. 따라서 그동안 계열사 간에 얽혀 있는 사업부문 조정도 급물살을 탈 개연성이 농후해졌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은 삼성전자·삼성테크원·에스원 등에 흩어져 있는 CCTV 등 영상보안장비 사업을 테크윈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외 생산시설·판매망 등을 하나로 합쳐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다.

올 초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을 떼어내 독립한 삼성디지털이미징은 다시 삼성전자로 흡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합병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내년 1월 삼성디지털이미징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S(Device Solution; 부품)부문의 반도체사업부문과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 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계열사 간 합병은 검토 단계"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예년보다 이른 11월이나 12월 초 중 그룹 정기인사를 단행해 조직정비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도 SK C&C 지분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매각키로 하고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나서면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부터 골프, 신용카드 등 소비재 관련 사업에 전방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선 SK네트웍스가 자회사인 워커힐호텔의 영업 여건을 강화하기 위해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또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메가박스' 인수에 나서고 있다. 인수가 이뤄질 경우엔 CJ·롯데그룹에 이어 대기업으로는 3번째 극장 사업 진출이다.

지난 8월엔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2005년 '스카이' 휴대전화 사업을 팬택에 매각하면서 사업을 접은 뒤 4년 만이다. SK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브랜드는 'W(더블유)'로 SK 계열 통신 중계기 업체인 SK텔레시스가 사업을 맡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1일 윤활유사업에 대한 물적분할을 통해 SK루브리컨츠를 공식 출범시켰다. 윤활유·기유 전문기업으로서 독자적인 경영체계를 갖추고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역량과 실행 스피드를 한층 제고시킨다는 복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주력사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의 성장이 한계치에 달하면서 새로운 동력 찾기에 골몰했다"며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산업에 진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당분간 계열사간 사업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현재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3사를 내년 1월1일 통합법인으로 새출발 시키기로 했다.LG그룹의 이번 통신3사 합병선언은 후발 사업자로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합병 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LG화학은 창호 등 산업재사업부문을 분사, LG하우시스를 출범시켰다. 이는 LG하우시스의 사업영역이 LG화학과 달리 B2C 고객기반의 사업으로서 전략적인 차별화 및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 필요성에도 불구,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로 보류해 뒀던 것을 올해 실적이 급호전되자 가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쪼갤 것은 쪼개고 합칠 건 합쳐 전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반면 M&A를 통해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곳도 있다.

KT그룹은 방송통신에 한정됐던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비씨카드, 금호렌터카 등 시중에 매물로 나온 기업 M&A에 나서 사업군을 다시 짜고 있다. 통신사업만으로는 KT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방송통신과 융합 시너지가 가능하고 KT그룹의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는 M&A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KT그룹은 비씨카드 인수의사를 공식화하고 우리은행에 이어 농협과 신한지주와도 협상에 착수했다.

포스코도 국내외 기업에 대한 M&A에 나서고 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업다각화 및 해외진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 특히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동희 포스코 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해외 진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해외 판매에 강점을 보이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가 필요하다"면 인수의지를 공식화했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 인수를 추진 중에 있으며 GS그룹은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쌍용(현 GS글로벌)을 인수했다.

M&A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향후 생존을 위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기업들이 M&A를 통해 '새판짜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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