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소주시에 7.5세대 LCD 패널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21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시와 8세대 패널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데 이은 것으로 삼성과 LG의 중국시장내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신경전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11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치감치 투자 계획을 밝힌 LG디스플레이가 목표로 하는 2012년 상반기 양산보다 앞서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업계 최초로 중국 내에 패널 생산설비 투자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경쟁업체들에 앞서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먼저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선제투자의 의미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양산 시점은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다”면서 “설비구축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수요에 따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7.5세대 라인 건설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42인치 TV제품을 겨냥한 것이다. 7.5세대 생산라인에서는 패널 한 장 당 42인치 LCD 8장을 뽑아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중국시장에서 42인치 TV가 주력 제품으로 표준화되고 있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S-LCD 라인 확장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현재 보유한 8세대 라인에서 생산되는 패널물량도 많기 때문에 중국라인까지 8세대로 갈 이유 없었던 것으로 풀이한다. 결국 삼성전자의 중국 7.5세대 신규 투자결정은 중국 내수시장 확대를 주요 전략 포인트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투자를 결정했다. 8세대는 47인치 55인치에 최적화된 라인이다. 와이드 노트북용 패널에 적합하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중국 생산설비의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한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결정은 대만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굳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대만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추가로 생산설비를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AUO의 경우 고객기반 약화로 8세대 가동이 지연됨에 따라 국내 투자에 급급한 형편이고, CMO는 중국시장에 이미 집중하고 있어 중국 내 설비투자에 따른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설비 투자는 LCD TV 수요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고자 하는 중국정부의 정책에 부합되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중국정부와 전략적 제휴선으로부터 보다 유리한 계약조건을 획득할 수 있을 전망된다.
세계 1, 2위 패널생산 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2012년 이후 중국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더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