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예전에는 우리 (권익위)직원들이 (다른 기관에) 자료협조를 요청하면 ‘너네가 뭔데’라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먼저 전화해 필요한 자료가 뭔지를 물어 본다"는 발언과 관련 공직사회의 서글픈 모습을 적나라히 드러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라라당 고승덕 위원(국회 정무위원회)은 19일 현정권 실세 정치인 이재오 위원장의 취임 이후 한국 공직사회의 서글픔과 씁쓸함을 느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이재오 위원장이 부임전 반부패 기관인 권익위가 기관들에 자료를 요청하면 “너네가 뭔데”라고 무시하거나 깔보다가, 위원장이 바뀌었다고 곧바로 존중하는 식으로 태도를 돌변하고 있다는 것.
법조인 출신 고 의원은 이는 "우리 공직사회가 법치 보다는 인치(人治)에 젖어 있다는 증거"라며 "우리 사회는 그간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친인척들이, 또 지자체 단체장의 측근들이 큰 권한을 행사하는 등 인치의 폐해를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잘못된 행태를 막고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자, 법치를 강조하는 많은 노력이 그간 있어 왔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정작 공직사회에서는 아직도 실세 눈치 보기 이른바 ‘알아서 기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잔존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만년 권익위원장 할 수는 없다"며 "이 위원장이 떠나고 이른바 ‘실세’가 아닌 사람이 후임 위원장이 된다면 권익위는 다시 ‘너네가 뭔데’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 위원장에게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기관이든 기관장이 실세냐 여부에 기관의 위상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국회가 부여한 법적 권한에 따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법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꾸고 필요하면 제도를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