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SDS-삼성네트웍스, 포스데이타-포스콘 합병 발표가 이어지면서 IT서비스 업계에서도 본격적인 업계 재편과 구조조정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합병은 그동안 그룹사의 안정적인 지원 속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해 온 IT서비스 업체들도 규모의 경제를 키우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당장 두 건의 합병으로 인해 IT서비스 업계의 순위 조정이 불가피해 졌으며 나머지 중소형 업체들 역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합병이 이뤄진 만큼, 이제 공은 중소형 IT서비스 업체에게 넘어 갔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주 두건의 합병은 IT서비스 업계 지도를 대번에 바꿔놓았다. 우선 삼성SDS(통합법인명)는 매출 3조2642억원으로 LG CNS를 멀찌감치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동안‘꿈의 매출’로까지 인식됐던 3조원을 최초로 돌파했다는 상징성까지 더해진다.
포스코 ICT(포스데이타-포스콘 통합법인명)는 매출 8590억원으로 잠시 흔들리던 4위 자리를 되찾았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올해 매출 1조원 돌파와 함께 '빅4'라는 신조어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3위에 위치한 SK C&C는 포스코 ICT의 거센 추격을 받게 됐다. 주력분야가 포스코 ICT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주 경쟁을 펼칠 가능성은 낮지만 주식상장이 끝난 이후 어떤 목표를 제시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큰 의미 부여는 하지 말아야”
중소형 IT서비스 업체들 사이에서도 합병은 대세로 잡혀가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계열인 한화S&C는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 9월 한화아이티씨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한화아이티씨는 경기도 용인에 짓고 있는 그룹 IDC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최근엔 한화손보와 제일화재 합병에 따른 IT인력을 흡수하는 등 그룹내 물량 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매출 규모 역시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이며 2742억원을 기록, 업계 9위에 위치해있다.
동양시스템즈의 경우 지난 8월 KTFDS를 자회사로 인수했으며 내년 중 합병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KTFDS는 SC제일은행의 IT유지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업체다. 2금융 IT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동양시스템즈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1금융 IT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매출액도 기존 1329억원에서 KTFDS(264억원)를 합치면서 1593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한은선 한국IDC IT서비스 담당 연구원은 지난 주 두건의 합병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동양시스템즈-KTFDS 합병과는 달리 같은 계열사끼리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그룹내 물량을 소화하는 IT서비스 업체의 특성상 전혀 다른 계열사 간의 크로스 합병은 향후에도 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포스코 ICT의 경우 포스콘이 전통적인 IT서비스 업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와이브로 사업처럼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