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뻔한 답변만 늘어 놓는 '효성'

입력 2009-10-28 18:33 수정 2009-10-2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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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의지, 그리고 자금 조달계획을 설명해 달라”,“채권단과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해 자세한 추진 일정을 알지 못한다”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인수 추진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개선 방안은 있나”,“주가를 임의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28일 효성사옥에서 진행된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투자 관계자와 윤보영 상무(재무본부) 사이에 이뤄진 질문과 답변이다.

효성측의 원론적인 답변에서 투자 관계자들은 궁금증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들 손에 쥐어진 '2009년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 자료는 효성측에서 밝힌 것처럼“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었다.

설명회 자료에는 3분기 매출 1조812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 영업이익률 7.2%의 수치가 정리돼 있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경영실적 호조를 이뤄냈다는 것을 그래프까지 동원해 보여 주었다.

윤 상무는 발표 모두에“경영실적 호조를 보여 설명회 진행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 결과 핵심 사업부문 중심으로 수익성 호조세가 지속됐다”고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효성측이 설명회에서 설명할 내용의 '전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최초 48개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70여명 가까운 관계자들이 모여 최근 효성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효성이 하이닉스 채권단과 지난 주 비밀유지 협약을 맺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안이다. 알면서도 투자 관계자들의 질문이 나온 것은 최소한 효성의 의지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인수 의지가 확인되면 효성에 대한 투자 의지는 빠르게 소진될 터이기는 하다. 이미 지난 한 달여간 30% 가까이 하락한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효성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 나아가“자금조달 계획 등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신규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해 방향을 보여주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천년 묵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이라도 익혀야 할 판이다.

윤 상무는“인수 하든지 안 하든지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이닉스 인수 추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효성의 안정성에는 변화가 없고, 실적이 좋게 유지되면 결국 주가는 본래 자리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아마도 효성은“주가는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증권가의 투자 격언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윤리 선생의 말처럼 ‘당연한’ 답변만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투자자들에게는“쉬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이 더 와 마음에 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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