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상당히 가파른 모습이다. 불과 2주전까지 1150원대 부근까지 내려갔던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 강세 전환으로 이제 분위기가 반전되며 12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각종 상승 재료가 집중되면서 한 달여 만에 1200원대로 바짝 다가서는 모습을 연출, 국내증시가 2% 이상 급락하고 외국인들도 주식 순매도에 나서며 환율 상승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같은 원ㆍ달러 상승 흐름은 뉴욕증시가 밤사이 주택시장의 지표가 예상외로 악화된 데다 일부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는 소식으로 사흘째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ㆍ달러 1개월물 선물환율은 미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한 달여 만에 1200원선을 뚫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 3거래일 연속 급등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원ㆍ달러 1개월물은 1203.50원에 거래를 마감,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가 +0.25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날 NDF 종가는 전날 서울환시 현물환 종가 1195.40원 대비 7.85원 급등한 셈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1200원대를 하향 돌파한 이후 일방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 15일 1155원의 연저점을 기록한 뒤 반등하기 시작, 결국 한 달 만에 1200원대로 복귀하려는 되돌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율의 이 같은 급등 원인은 무엇보다 최근 환율의 등락을 주도했던 역외 세력이 달러 매도 포지션을 정리한 이후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각종 상승 재료가 맞물려 이들의 경계감을 촉발시킨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현재 우세하다.
이 시점에서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 관련 입장이 발표되자 역외 참가자들의 경계감이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점차 위험거래를 접고 안전자산 선호로 돌아서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로 인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조기 출구전략 실행(자동차 세제지원 종료, MBS매입 종료 예정 등)→미 금리인상 가능성(달러 캐리트레드 자금 청산)→신흥국 증시자금 유출 내지 둔화(국내증시 포함)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
역외 참가자들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장전 뉴욕 NDF시장에서 원ㆍ달러 선물환율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원화값을 가파르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여기에 월말 유동성 비율까지 준수해야 하는 제약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코스피지수 급락 영향에 달러화 추격 매수에 뛰어들며 환율 상승을 지지했다.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장중 꾸준히 출회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에서 발표된 소비관련 지표의 부진과 글로벌 증시 조정에 대한 경계론이 대두되는 상황 속 외국인 국내증시 매도가 증가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이 일제히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어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상향 돌파한 이후 일시적인 오버슈팅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뉴욕 금융시장 불안으로 역외 선물환 급등에 따른 오전장에서의 역외 '바이' 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역내 롱 플레이가 뒤따르는 장세 흐름이 금일도 반복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 딜러는 "게다가 글로벌 증시 조정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조정 폭이 최근 깊어지는 모습도 역외 세력의 달러화 매수 심리를 꾸준히 유지시켜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문제는 국내증시의 반등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어, 환율 상승을 제어할 만한 재료가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수급상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외국인 투자자의 단기 변심이 수급 공백을 초래하면서 코스피지수 낙폭이 확대됨에 따라 역내외 참가자들의 롱 플레이는 이날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딜러는 "글로벌 달러화 역시 유로화 대비 4일 연속 상승하면서 그간 약세를 접고 변곡점을 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이 같은 상승 분위기를 제어할 만한 재료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