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칠성·코카콜라·해태음료·동아오츠카 등 4개 음료업체가 대형마트·대리점 등에 재판매가격(소비자판매가)을 유지토록 강제함으로써 음료가격 하락을 억제하고 유통업체 간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40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롯데칠성 5억원, 코카콜라 3억원, 해태음료 1억4000만원이며 동아오츠카는 시정명령만 받았다. 다만 최종 과징금액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들 업체는 대형마트·대리점 등에 대해 협의·계약·지정 등을 통해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음료를 재판매할 것을 강요해 음료제품의 직접적인 가격하락을 억제하고 음료업체 및 유통업체 간 가격담합을 조장하며 나아가 유통업체들로부터 음료업체가 받는 마진압박을 줄였다. 결과적으로 음료시장의 가격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이익을 저해한 셈이다.
특히 롯데칠성의 경우 치밀한 재판매가격 유지 전략으로 유통경로별 가격충돌 발생을 방지하면서 동일 경로 내 유통업체 간 가격경쟁까지 제한해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자신들이 챙겼다.
국내 음료시장 유통경로는 음료업체가 직접 거래처에 납품하는 직납판매와 대리점이나 도매상을 통한 판매방식 등으로 구분되는데, 시장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 가격경쟁이 유통경로 및 유통업체 간에 일어나 음료가격 상승이 억제된다.
하지만 음료업체 입장에서는 이 같은 유통경로 및 유통업체 간 경쟁이 발생하면 대리점·도매상으로부터 납품가격 인하요구를 받게 돼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통업체에 대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해온 것이다.
심지어 롯데칠성은 대형마트의 소비자판매가격이 소매점에 대한 직납판매가나 대리점 판매가보다 높게 유지되도록 하는 동시에, 소매점에 대한 대리점의 판매가격이 롯데칠성의 직납판매가보다 높거나 같도록 해 자사 영업조직과 대리점 간 가격경쟁을 억제해왔다.
이 같은 음료업체의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의 제한)에 저촉되며 롯데칠성의 경우 동법 제23조 제1항 제5호(구속조건부 거래) 에도 위반된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로 음료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가격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존에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음료업체와 대형마트 간 주기적인 소비자가격 조정협의를 위법행위로 인정함으로써 향후 경쟁을 통한 가격하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