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전력시장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전력을 받아 쓰고 생산자에게 요금을 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기를 '쇼핑'하는 소비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LG경제연구원 홍일선 선임연구원은 3일 '소비자의 전기 사용 방식이 달라진다'는 보고서에서 예견했다.
홍 연구원은 "사람들은 전기를 '국가가 저렴하게 제공하는 생활필수품'으로 여겼지만 전력 공급이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생산에 따른 환경 문제가 대두하면서 다양한 전기 소비 유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 소비를 효율화하기 위한 소비자 인센티브, 실시간 정보 공유, 실질적인 절감 기술 등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놓기 시작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데 참여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전기 소비자 유형 8가지를 예상했다.
우선, 소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소비자 유형이다. 여기에는 제품별 전력 사용량을 스마트 미터기로 확인해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거나 플러그를 뽑는 '회계감사형'과 전력 사용 모범사례를 따르는 '벤치마킹형'이 있다.
소비 포트폴리오를 바꿔 다양한 혜택을 노리는 유형도 있다. '타이머형'은 전기 요금이 시간대별로 부과되거나 절감분에 대한 성과금이 주어질 경우 주요 가전제품의 사용 시간대를 바꾼다. '패키지 선택형'은 전기 사용 방식을 스스로 선택해 요금을 아껴주는 지능형 가전제품을 구매한다.
'시장 참여형'이나 '차익거래형' 소비자도 등장할 것이다. 이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 절감분만큼의 사용 권한을 팔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차량용 배터리 등 저장장치에 전기를 모아 뒀다가 전력 수요가 몰릴 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일종의 '투자자'다.
이 밖에 직접 친환경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거나, 자신이 사용하는 전력의 '원산지'를 확인해 친환경 방식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골라 쓰는 유형도 나타날 것이라고 홍 연구원은 예상했다.
홍 연구원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반드시 에너지 절감 및 최대 수요를 효율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과 직결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