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제26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산업전반의 회복세로 보기는 힘들다며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올 9월 산업활동동향과 10월중 수출입 잠정집계 내용을 보면 지표상으로는 경기회복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9월 산업생산이 전월 및 전년동월 대비 모두 증가했고, 특히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15개월 만에 80%를 상회해 위기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한 설비투자도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에 전년동월 대비 증가했고, 소비재판매도 2007년 10월 이후 최대폭인 6.7% 상승하는 등 민간의 투자와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아울러 수출입 모두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어 '불황형 흑자'에서 점차 벗어나는 상황이라고 윤 장관은 진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세는 자동차 세제지원·신차효과 등의 영향이 커 산업전반의 회복세로 보기 힘들고, 경기선행지수 상승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윤 장관은 지적했다.
따라서 윤 장관은 "현재의 경기회복 추세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민간의 자생적인 소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잘 읽으며 특히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을 통해 내수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는 한편, 녹색성장 등 위기 이후를 대비한 준비도 소홀함이 없도록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윤 장관은 "서비스 부문의 성장 및 고용증가는 지난 30년간 선진국의 주요 추세"라며 "미국의 경우 노동력의 약 80%가 서비스부문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장의 여지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비스업은 구직자의 교육수준에 일자리 수준이 미치지 못하는 불균형이 심한 분야인 점을 감안해 향후 양적인 고용확대뿐만 아니라 고학력 구직자를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고부가가치형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윤 장관은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우수한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전문자격사 분야를 집중적으로 검토·개선할 계획이다. 법률·회계·컨설팅 등 전문자격사 시장은 고부가가치 업종일 뿐만 아니라 제조업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대의 자동차 생산에도 디자인에서 사후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서비스분야가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국내 전문자격사 시장은 경쟁력이 낮아 매년 큰 폭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전문자격사 시장의 진입 및 영업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합리화해 경쟁을 촉진하고 전문화·대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가 함께 기본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공청회 및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연내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윤증현 장관은 "경기회복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문제 중 하나가 원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라며 "신흥공업국들이 산업화에 나서면서 발생하고 있는 치열한 자원확보 경쟁과 장기적인 미달러화의 약세전망 등을 고려할 때 주요 원자재에 대한 모니터링과 비축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주요 원자재의 수급동향과 비축물량 방출 등 가격안정 계획을 점검해 동절기 원자재 가격 급변동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연말 물가안정에도 힘쓸 방침이다.
또한 주요 원자재에 대해 정부와 공기업 외에 민간부문의 비축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당초 계획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윤 장관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장관은 "한국경제는 지금 매우 중요한 변곡점에 위치에 있어 현재의 경기회복 추세에 만족하고 안주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미리 미래에 대한 전략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쌓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