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인터넷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와 맺은 '프로야구단 CI 독점 사용 계약'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경쟁사는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불평등한 계약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CJ인터넷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에 대해“사실과 다르다”며 진실게임을 벌이는 등 감정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경쟁사는 일단 연말까지 KBO와 협상을 다시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적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계약에 대해 경쟁사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CJ인터넷 독점에 따른 시장 축소 가능성 ▲CJ인터넷이 계약 사실을 6개월간 숨겨온 점 ▲KBO의 이중 잣대 논란 등이다.
◆슬러거, 내년부터 선수 실명 사용 못해
이중 이번 계약으로 가장 직격탄을 맞게 된 곳이 온라인 야구 게임시장이다. 특히 유일한 경쟁사라 할 수 있는‘슬러거’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KTH의 ‘와인드업’,엔트리브의‘프로야구단을 만들자(가칭)’가 있긴 하지만 이들 게임은 아직 출시 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07년부터 KBO와 매년 계약을 갱신해 온 슬러거는 당장 내년부터 프로야구 선수 실명뿐만 아니라 구단명, 로고 등을 쓸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김상현’,‘류현진’이란 선수명을‘김상헌’,‘류헌진’ 등의 가명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자연히 게임의 현실성과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후발업체지만‘마구마구’의 매출액에 거의 근접해온 슬러거로서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구마구가 슬러거를 이탈한 이용자를 전부 흡수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슬러거와 마구마구는 게임 진행 방법과 캐릭터 모양의 차이가 확연하다. 미세하나마 게임 매니아 층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번 계약이 온라인 야구게임 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공정위 제소 가능성도 있어
이번 계약이 언론사를 통해서 드러났음을 감안할 때, CJ인터넷의 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상당수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체 관계자는“만약 이번에 밝혀지지 않았을 경우 CJ인터넷은 계약이 발효되는 내년 1월 직전까지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며“경쟁사들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선택을 제한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J인터넷 관계자는“경쟁사에서 오히려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구를 해왔다”며“이 사실이 발표되면 경쟁사가 이용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네오위즈와 KTH는 KBO와 다시 협상을 벌여 해결책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협상이 원만치 않을 경우 공정위 제소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번 계약은 공정거래법 23조인 ‘구속 조건부 거래 조항’에 해당한다.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고 시장경쟁을 저해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경우 적용되는 조항이다. 일단 CJ인터넷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기 때문에 제소 조건에는 충족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제소 후,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미디어, MSN 메신저 끼워 팔기’ 판결은 총 2년이 소요된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야구게임 시장 규모는 운영체제(OS)시장 보다 훨씬 작은 700억원 규모에 그친다.
KBO의 이중 잣대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KBO는 지오인터렉티브와 모바일 야구 게임에 대한 독점계약을 맺었지만 올해부터 이를 해제했다. CJ인터넷과 독점 계약을 맺은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더욱이 KBO의 이번 독점 계약이 기존 계약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KBO가 이번에 CJ인터넷과 맺은 독점 계약 조건은 순매출액의 5%다. 기존 비독점 계약(순매출액의 5%)과 동일하다. 이에 대해 게임업체 관계자는 “CJ인터넷이 올해 KBO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